“차별화 상품·특화존으로 면세시장에 온기”…정식오픈 인천공항 T2 면세점 [가보니]

11월 말부터 신라·신세계 등 면세점 정식 오픈

‘데칼코마니’ 연상…동·서편으로 이어진 면세점
서편엔 신세계존 완성…패션·뷰티 ‘원스톱 쇼핑’
동편엔 신라면세점 둥지…신세계 와인존도 눈길

▲신세계면세점이 운영하는 인천공항 T2 서편 면세구역, 이른바 신세계 존. (김지영 기자 kjy42@)

면세업 부진이 계속 되는 가운데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 지난달 말 인천국제공항(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T2) 출국장 면세점을 정식 오픈, 불황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양사는 특화존 등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한편 경쟁사가 유치 못한 단독 브랜드를 확보하는 등 차별화 공식으로 T2 사업을 펼치고 있다.

13일 오전 찾은 인천공항 T2 면세구역은 커다란 데칼코마니를 연상케 했다. T2 서편과 동편에 비슷한 형태와 규모의 점포들이 멀리서 마주 보고 있는 구조였다.

가장 먼저 둘러본 곳은 인천공항 T2 서편의 이른바 ‘신세계존’이었다. 총 2880㎡(약 871평) 규모에 뷰티·향수, 패션 매장 등이 삼각형 형태로 구축돼 있었다. 한 가운데 들어선 명품 브랜드 샤넬의 팝업 매장 ‘샤넬 윈터 테일’이 여행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크리스마스 선물 상자를 닮은 이 팝업 옆에는 신세계면세점이 운영하는 패션·뷰티숍도 들어서 있어 원스톱 쇼핑공간이 완성됐다. 단순히 구경만 하는 쇼핑을 넘어 고객이 입고, 발라보는 등 체험공간으로 꾸민 점이 신세계존만의 차별화 포인트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신세계존은 개인 취향에 맞는 제품을 추천받고 경험할 수 있고, 행복한 추억을 남길 수 있는 공간으로 기획됐다”며 “개별관광객 취향에 맞춘 체험형 쇼핑공간을 위해 상품기획자(MD) 역량이 집약된 곳”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신세계면세점은 뷰티 매장을 기초화장품, 메이크업·향수 등 상품 카테고리 기준으로 구분했다. 기존 유명 명품·하이엔드 브랜드는 물론 MZ세대나 외국인이 주목하는 신흥 브랜드까지 유치했다. 니치 향수, 뷰티 등 총 99개 브랜드가 입점했다.

뷰티 특화 매장 앞엔 탬버린즈(TAMBURINS) 매대가 돋보였다. 탬버린즈는 중국인 선호 브랜드다. 신세계면세점은 탬버린즈를 2020년 3월 업계 최초 유치했다. 2022년 탬버린즈가 가수 제니와 모델 계약을 하면서 타 면세점 입점이 이어졌는데, 신세계면세점에겐 초기부터 효자 브랜드인 셈이다.

메이크업·향수 특화 매장에는 K뷰티 인디 브랜드인 포트레(Portré), 토코보(TOCOBO) 등 브랜드도 입점해 있었다. 매대가 크진 않았지만 고객이 직접 제품을 테스트할 수 있도록 기초제품부터 색조까지 구색이 알찼다. 이외에도 설화수, 라네즈, 연작, 메디큐브 등 K뷰티 브랜드들이 모여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인천공항 T2 서편 면세구역에 있는 신세계면세점 ‘로저비비에’ 매장 (유승호 기자 peter@)

복합패션 매장에도 ‘면세점’하면 떠오르는 흔한 브랜드뿐만 아니라 최근 주목받는 브랜드가 즐비했다. 특히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 배우 김지원이 신은 운동화로 유명한 브랜드 ‘로저비비에’가 전면에 배치돼 MZ 고객의 관심을 끌었다. 골프웨어 전용관을 마련한 것도 이색적이었다. 골프웨어 전용관에는 제이린드버그, 지포어 등을 배치했다.

신세계면세점 메이크업·향수 특화 매장 뒷편엔 신라면세점 담배·주류 매장, 중소·중견면세점인 시티면세점이 있었다.

T2 서편 신라면세점 담배·주류 매장은 총 316㎡(96평) 규모로 인천국제공항에서 유일한 주류 전문 플래그십 스토어로, 일반 매장 보다 더 많은 상품을 갖췄다.

신라면세점은 바닐라향으로 유명한 윌리엄그랜트앤선즈의 '와일드무어(Wildmoor)'를 국내 최초로 선보였다. 또 글렌모렌지(GLENMORANGIE), 헤네시(HENNESSY), 발베니(BALVENIE), 글렌피딕(GLENFIDDICH) 등을 편하게 시음할 수 있다.

T2 서편의 반대 방향으로 발길을 옮겼다. T2 동편 면세구역은 신라면세점이 운영하는 매장 규모가 더 컸다.

▲인천공항 T2의 동편 면세구역에서 정식 운영을 시작한 신라면세점 화장품·향수 메인 매장. (유승호 기자 peter@)

11월 개점한 동편 신라면세점 화장품·향수 메인 매장은 549㎡(166평) 규모다. 총 77개 뷰티 브랜드를 갖췄고, 13개 브랜드를 단독으로 선보인다. 신라면세점은 트렌디 향수존과 메이크업 브랜드존으로 구분했다. 트렌디 향수존에는 자신만의 특별한 향을 찾는 고객을 위해 조말론(JO MALONE LONDON), 딥티크(DIPTYQUE), 바이레도(BYREDO) 등 니치 향수 브랜드를 16개나 유치했다.

▲신세계면세점 담배·주류·식품 매장 가운데 공항 최초로 들어선 원형 곤돌라 형태의 와인존 (유승호 기자 peter@)

동편 신라면세점 뒤편엔 신세계면세점 담배·주류·식품 매장, 중소·중견업체 경복궁면세점이 있다. 신세계면세점 담배·주류·식품 매장엔 공항 최초로 원형 곤돌라 형태의 와인존을 갖춰 눈길을 끌었다.

와인존에는 약 50~60종의 와인이 즐비했다. 단독 입점한 미국 와인 쉐이퍼를 비롯해 프랑스 부르고뉴 몽제아 뮈네레 등 고급 와인까지 갖춰, 와인 마니아의 구미를 당겼다. 대부분의 공항 면세점업체는 주로 위스키를 취급하지만, 신세계면세점은 면세한도가 1인 2병이 되면서 추가구매 고객의 니즈를 겨냥해 이곳을 기획했다.

T2 면세점 한편에선 K푸드의 인기도 실감할 수 있었다. CJ제일제당 비비고, 대상 종가 등 국내 대표 식품기업의 김치, 떡볶이 간편식, 반찬 등이 가득했다. 외국인들이 삼삼오오 둘러보면서 하나씩 구매하는 모습도 보였다.

신세계면세점 식품 매장 관계자는 “김치는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들도 많이 사는 상품”이라며 “오징어채 볶음은 일본인이 좋아하고, 떡볶이 수요도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