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춘추전국시대 제나라 재상 관중은 그가 쓴 관자에서 ‘일년지계 막여식곡야(一年之計 莫如植穀也), 십년지계 막여식목야(十年之計 莫如植木也), 종신지계 막여식인야(終身之計 莫如植人也)’라고 했다. 뜻을 풀어보면 ‘일 년의 계획은 곡식을 심는 것과 같고, 십 년의 계획은 나무를 심는 것과 같으며, 평생의 계획으로는 사람을 심는 것과 같다’는 의미다. 흔히들 교육을 가리켜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는 불리우는 말이 관자의 글에서 비롯됐다. 평생 혹은 100년 앞을 내다보며 계획을 세워야 할 만큼 교육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교육 정책은 변화가 무쌍하다 할 정도로 부침이 심했다. 일례로 입시 제도를 보면 과거 대학입학예비고사와 본고사병행제부터 10여 년 주기로 대학입학학력고사와 내신제의 병행제, 대학수학능력고사 및 내신제, 본고사병행제 등으로 큰 틀이 바뀌어왔다. 또 이 틀 안에서 짧게는 1~2년마다 변화가 이어져 수험생들은 1~2년 차이로 바뀐 제도의 희생양이 되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도입과 관련해서도 교육업계 내부에서 우려스러운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와 이에 따른 탄핵 정국 영향으로 국정과제 추진 동력을 잃어 좌초하는 것 아니냐는 염려 때문이다.
정부의 디지털교과서 도입은 시행 초기부터 잡음이 일었다. 정부는 2025년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공통·일반선택 과목을 대상으로 AI 디지털교과서 적용을 시작해 2026년에 초등 5~6학년, 중학교 2학년, 2027년 중학교 3학년, 2028년 초등학교 3학년 이상 전 과목까지 단계적으로 도입한다는 계획이었다.
기본 계획 수립 이후 디지털교과서 개발 가이드라인 제시가 지연되면서 기존 교과서 발행사와 에듀테크 기업들은 채 1년이 되지 않는 기간에 디지털교과서를 만들어내야 했다. 디지털교과서의 채택 여부가 불확실해도 시대 변화에 뒤처져 도태되지 않기 위해 적게는 수십억 원 이상의 개발비를 들여가며 울며 겨자 먹는 식으로 뛰어들었다. 이 때문에 당시 교육업계 내에서는 정부의 무리한 디지털교과서 도입 추진이 결국은 윤석열 정부의 치적을 쌓기 위함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다.
이러한 우려와 지적 속에 디지털교과서 도입은 로드맵 변경으로 이어졌다. 교육부는 최근 2025년 도입하는 디지털교과서 검정 심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도입 로드맵을 전격 변경했다. 문해력 저하 등이 우려되는 국어를 비롯해 기술과 가정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초등학교 사회와 과학, 중학교 과학은 예정보다 1년 연기한 2027년에 도입기로 했다.
게다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와 탄핵 정국 등으로 인해 디지털교과서 추진 동력을 잃지는 않을까 우려도 크다. 야당을 중심으로 디지털교과서를 교과용 도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도 향후 정책 변화를 쉽사리 예측할 수 없게 만드는 대목이다.
이를 지켜봐야 하는 교육업계의 속은 타들어만 간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디지털교과서 도입의 의지를 다지고 있으나 대통령 말도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부총리 말을 믿을 수 있겠냐고 토로하는 교육업계 관계자도 있었다. 백년대계까지는 바라지도 않으니 여야, 좌우 등 정치색을 떠나 충분한 의견 수렴 등을 거친 ‘십년대계’ 정도로라도 교육 정책의 연속성을 가져가면 좋겠다는 교육업계 관계자의 전언이 귓가에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