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선물 트레이딩, 채권, 대기업 영업 등에서 경력
2024년 7월1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70여년 만에 우리나라 외환시장이 최대 변혁을 맞았다. 해외에 소재한 외국 금융기관이 국내 은행 간 시장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외환시장의 빗장을 푼 것이다. 개장 시간도 런던 금융시장의 마감 시간인 한국 시간 새벽 2시까지 연장했다.
국내 외환시장의 경쟁적·개방적인 변화에 은행들은 기민하게 대처했다. 플랫폼을 통한 외환거래(FX) 거래 증가는 물론 신규 수요를 통해 성장 가능성이 커진 영역을 그대로 둘 리 없었다. 신한은행도 발빠르게 움직였다. 신한은행은 최대 강점인 글로벌 영업채널을 활용해 단순 FX 뿐만 아니라 자금 운영 최적화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내년 1월 영국 런던에 글로벌 자금센터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또 원·달러 시장의 전자거래화를 위해 기존 FX거래 플랫폼 개선과 확대를 위한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새로운 시장 환경 속 은행들의 주도권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신한은행의 선봉장은 김희진 신한은행 S&T(Solution and Trading) 센터장이다. S&T를 이끄는 첫 여성 센터장인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자금시장 전문가로 외환시장 개방 이후 5개월여가 지난 현재 패러다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센터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신한은행은 시중은행 가운데 글로벌 영업채널의 손익 기여도가 가장 큰 은행"이라며 "8년 전 시작한 글로벌 트레이딩 센터(GTC)도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등 외환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만들수 있는 조건을 갖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신한은행은 글로벌 영업 채널의 강점을 살려 해외 기업과의 환전 및 헤지 거래를 확대하고, 중장기적으로는 해외 기관투자자와 재무적 투자자(FI)들이 원화 자산 투자에 참여할 수 있는 시장 기회를 모색하고자 한다"고 했다.
외환시장 선진화 속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회사의 경쟁력과 연결된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한 김 센터장은 "뜨거워지는 냄비 속에서 개구리가 온도 변화를 느끼지 못하면 죽게 되고, 변화에 너무 과민하게 반응하면 냄비가 뒤집어지는 것처럼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유연함과 균형을 잃어서는 안된다"라고 역설했다.
그는 "이런 부분에 있어 여성 리더들이 강점을 갖는다"면서 "유연함을 갖춘 여성 리더는 격의 없는 소통이 가능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게 다양한 의견을 듣고 균형감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 역시 탄탄한 실력을 바탕으로 유연함과 균형감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고 조직에서 인정받은 여성 리더가 됐다. 원자재 선물 트레이딩부터 채권 영업, 무역금융, 대기업 FX 세일즈까지 그의 화려한 이력이 이를 증명한다.
물론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증권사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김 센터장은 "수익률이 보수로 연결되는 금융투자업계는 어떻게 보면 은행보다 더 보수적인 분위기였다"며 "무엇보다 남성이 대부분인 조직에서 업무 방식 또한 인맥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힘든 부분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그는 적극적으로 기회를 찾아 움직였고, 실력으로 자신을 입증해 나갔다. 김 센터장은 "채권 업무를 하던 당시 여성 인력이 많지 않았던 탓에 영업을 가면 신기해하며 구경을 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여성이라는게 꼭 걸림돌만 됐던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여성의 관점으로 다른 시각을 제시하고 누구보다 먼저 많은 정보를 제공하다 보니 좋은 거래처를 다수 확보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앞만 보고 가던 시절,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다른 사람이 성공하는 방식만을 따라가면 그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서 "남들과 다른 것, 남들이 하고 싶어하지 않더라도 내가 자부심을 갖고 할 수 있을 만한 나만의 것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김 센터장이 다시 학업 시작을 결심한 이유다.
결국 김 센터장은 둘째 아이를 키우면서도 최우수논문상까지 받으며 카이스트에서 금융공학 MBA 학위를 취득했고, 이후 새로운 기회를 찾아 2005년 신한은행에 입행했다. 이후 김 센터장은 △리스크관리부 시장리스크팀 △금융공학센터 Structuring&FI 영업팀 △GTB(Global Transaction Banking) △대기업본부 △GIB본부 등을 거치며 탄탄히 경력을 쌓았다.
그는 "처음 은행에 입행했을 때 프론트 업무가 아닌 리스크 관리 업무를 맡게 되면서 다시 프론트 업무를 맡게 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두려움도 있었다"며 "그러나 당장 하고 싶은 일이 아니더라도, 맡은 업무를 충실히 하면서 내가 원하는 것에 대한 끊임없는 노력을 이어나가가자 결실을 얻을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김 센터장은 후배들에게 스스로 원하는 것이 있다면 의도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준비 중간 과정이나, 심지어 최종 도달점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스스로 타협하고 안주하지 않으면 지금 예상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결과에 닿을 수 있다"고 피력했다.
앞으로 후배들을 잘 이끌어주는 일에 집중하고 싶다는 김 센터장은 "은행은 증권사처럼 높은 보수로 인재를 붙잡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구성원들에게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조직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 인재로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후배들이 현재 맡고 있는 업무에서 의사결정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주도적으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트레이닝하면서 후배들이 더 좋은 자리와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