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또…헌정 사상 3번째 대통령 권한 정지 [탄핵 가결]

입력 2024-12-14 17:02 수정 2024-12-14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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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안 국회 통과에 판단 헌법재판소로 넘어가
탄핵안 접수 이어 심리 착수…6개월 내 판단 예정
노무현 前대통령 63일·박근혜 前대통령 91일 걸려
헌재 재판관 성향 중도·보수 4명, 진보 2명으로 분류
과거 ‘가장 보수적’ 평가 안창호 재판관도 찬성해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해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해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헌정 사상 3번째로 현직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됐다. 계엄 사태 수습의 키는 탄핵소추안을 심의할 헌법재판소가 쥐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국정 혼란과 마비 등 중대성을 감안해 신속한 심리에 들어가는 한편, 6개월 내로 탄핵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국회 의결 이후 선고까지 기간은 노무현 전 대통령은 6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91일이 걸렸다.

14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법 134조에 따라 탄핵소추안은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서명 후 헌재에 직접 제출한다. 탄핵소추안이 헌재에 접수되면 심판 절차가 시작된다. 헌재는 사전 심사 없이 즉시 전자 배당 방식으로 주심 재판관을 정한 후 전원재판부에 이를 회부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탄핵소추안 등본이 대통령실에 전달되는 순간 직무정지가 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 사상 3번째 직무정지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 된 것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2번째다. 헌정사에서 대통령의 권한 정지나 유고가 발생한 것은 4·19 혁명, 5·16 군사쿠데타, 12·12 사태, 노 전 대통령 탄핵에 이어 5번째다.

헌재가 국회의 탄핵소추안을 받아들여 윤 대통령을 파면할 경우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뤄야 한다. 반대로 헌재가 기각하면 탄핵안은 즉시 파기되고 윤 대통령은 다시 국정을 운영하게 된다.

탄핵 심판 기간은 최대 6개월(180일)로 규정돼 있다. 다만 강제성이 없는 만큼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기간은 바뀔 수 있다. 과거 국회 의결 후 선고까지 기간은 노 전 대통령이 63일, 박 전 대통령은 91일이 걸린 바 있다.

헌재는 내년 4월 18일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재판관)과 이미선 재판관의 임기가 끝나는 만큼 그 이전에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점쳐진다.

헌재의 판단에 대해선 윤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한 정황 증거들이 속속 나오고 있는 만큼 ‘내란죄’의 구성요건을 갖출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A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정확한 결과는 나와봐야 알겠지만 증언과 증거들이 나오고 있는 만큼 헌재에서 탄핵 인용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고 전했다.

반면 탄핵 입증이 쉽지는 않을 거란 관측도 나온다. B 법무법인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담화에서 밝힌 논리면 탄핵 심판 인용이 쉽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내란의 고의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으면 헌재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에 탄핵 선례가 있는 점도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헌재의 탄핵 여부 판단은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별개로 진행될 예정이다. 헌법재판은 형사재판과 원칙적으로 별개로 다뤄진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와 경찰 국가수사본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수사기관들이 앞다퉈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나 헌재 재판관들이 탄핵을 해야 한다고 보면 가능하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변수도 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낸 헌법소원 가처분에 헌재의 ‘6인 체제’로도 심리가 가능하지만 파면 결정을 내리려면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다. 대통령 파면을 결정할 수 있는 심판 정족수는 재판관 6명이나 불완전한 체제인 만큼 심의에 어려움이 많을 거란 관측이 많다.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당시 헌재 재판관은 ‘8인 체제’였다.

탄핵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윤 대통령의 직무가 즉시 정지되면서 ‘9인 체제’가 가동될 여력도 생겼다. ‘6인 체제’를 원하는 윤 대통령 대신 한덕수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헌재 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는 만큼 여야가 추천을 추진 중인 3명의 후임 재판관이 포함될 수 있다.

현재 6명 재판관의 성향은 중도·보수 4명, 진보 2명으로 분류된다. 3명이 임명되면 중도·보수 5명, 진보 4명이 될 전망이다. 다만 과거 전례를 볼 때 성향이 판결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8명 전원 일치로 파면을 결정했을 당시 헌재 재판관 중 가장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안창호 헌법재판관도 찬성 의견을 내며 “탄핵심판은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문제로 정치적 폐습을 청산하기 위해 파면 결정을 할 수 밖에 없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심리 중간에 심판 절차가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 헌법재판소법은 탄핵과 같은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는 경우 심판정지를 정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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