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앞 대규모 촛불집회…"시민 모두의 승리"
광화문 보수집회 싸늘한 분위기속 "무효" 해산
시민단체들 "환영"...헌재 심리·수사 속도 주문
“국민이 승리했습니다. 윤석열 탄핵을 외쳐 온 주권자 시민 모두의 승리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14일 서울 여의도 집회 현장 곳곳에서는 시민들의 환호가 터져 나왔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음을 선포한 직후였다.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 1549개 노동시민사회단체가 모인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이날 오후 3시부터 국회 앞 대규모 촛불집회를 열었다. 탄핵안이 가결되자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윤석열을 탄핵하라’,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이 적힌 피켓과 형형색색의 깃발을 좌우로 흔들며 기뻐했다.
집회 현장에는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가 가장 먼저 흘러나왔다. 자리에 앉아 있던 시민들은 일제히 일어나 응원봉을 들고 노래를 따라 불렀다. 이 외에 지드래곤의 ‘삐딱하게’와 거북이의 ‘빙고’, 에스파 ‘넥스트레벨’ 등이 여의도에 울려 퍼졌다.
부모님과 함께 집회 현장을 찾은 20대 여성 박다 씨는 “국민의 안전을 뒤로한 채 본인의 이익만을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는 대통령을 참을 수 없어 시위에 참여했다”며 “뜻깊은 순간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 너무 기뻤고 후련하다. 하루빨리 실제 탄핵이 되면 좋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50대 여성 최모 씨는 “탄핵이 가결돼 기쁘지만 예상보다 찬성표가 적게 나와 아쉬웠다”며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더 나은 길로 빨리 나아갈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탄핵안이 가결되고 일몰시간이 지나 하늘이 어두워졌음에도 집회의 열기는 식지 않았다. 주최 측은 “지금 이 공간에 200만 명의 시민이 함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위대한 시민들”이라고 감격했다.
반면 보수단체 집회가 열린 광화문 일대는 탄핵안 가결 소식이 전해지자 침울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집회 참가자들은 "무효", "국민의힘 배신자"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후 참가자들은 한숨을 쉬며 하나둘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윤 대통령의 탄핵안 가결 소식이 전해지자 "국민의 승리"라고 평가하며 헌법재판소와 수사기관을 향해 빠른 심리와 수사를 주문했다.
참여연대는 탄핵안 가결직후 성명을 내고 "이번 국회 표결은 국민적 요구에 부응한 당연한 결과"라며 "헌재는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심리를 마무리하고 윤석열을 파면하라는 국민의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입장문에서 "이번 (국회의 탄핵안) 가결은 계엄령 선포의 위헌성과 그 심각성을 헌법적으로 판단한 결과이며, 민주주의를 수호하려는 국민의 의지가 집결된 역사적 승리"라며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중대한 전환점이다. 이를 계기로 헌법적 질서와 민주주의가 바로 서길 기대한다"고 했다.
민주노총도 성명에서 "탄핵안 가결은 매일 국회 앞에 모여 '윤석열 탄핵, 국민의힘 해체'를 외친 수십만 시민 덕분"이라며 "내란 수괴 윤석열을 바로 체포하고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