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은 최대 리스크” 발언에도 조용한 與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두 번째 시도 끝에 국회 문턱을 넘었다.
탄핵안 표결은 정적 속에 진행됐다. 탄핵안을 처리하는 과정에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이라는 호칭을 생략하거나 “윤석열은 대한민국의 최대 리스크”와 같은 민감한 발언을 했지만, 국민의힘은 별다른 항의 없이 끝까지 침묵을 유지했다.
국회는 14일 오후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처리하기 위한 본회의를 개의했다. 오후 4시가 되자마자 민주당 의원들은 먼저 회의장에 나타나 각자 자리에 앉았다. 약 5분 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도 의원총회를 마친 뒤 본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본회의 개의 직전에도, 직후에도 여야 의원들은 침묵을 유지했다. 양옆으로 귓속말을 한다거나 잡담을 나누는 의원은 없었고 정숙한 분위기에서 회의가 시작됐다.
오후 4시 6분,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상정됐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제안설명을 하기 위해 몸을 일으켜 단상으로 이동했다. 그는 여야 의원석을 향해 각각 허리 숙여 인사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달 3일 내려진 포고령과 지난 1980년 5월의 포고령이 “쌍둥이처럼 빼닮았다”며, “12.3 비상계엄 내란 사태로 무너진 헌정질서를 바로 세우는 것은 국회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탄핵안 제안설명 과정에 ‘대통령’이란 호칭을 생략했다. 그는 “윤석열은 12.3 비상계엄 내란을 일으켜 헌정질서를 마비시켰다. 헌정질서를 파괴한 윤석열을 탄핵하는 것은 헌정질서를 회복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또 “윤석열은 대한민국의 최대 리스크”라거나 “(윤 대통령은) 극단적 망상에 사로잡혀 이성적 사고와 합리적 판단이 불가능한 상태다”와 같이 여당 측에선 다소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만한 발언을 이어갔다.
하지만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 중 항의하거나 발언을 중단시키려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일부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일부는 눈을 감은 채 두 손을 모아 이마에 갖다 댔다. 팔짱을 끼고 고개를 뒤로 젖힌 채로 발언을 듣는 이도 있었다.
오후 4시 27분, 박 원내대표는 “엄중한 시국에 절박한 심정으로 호소드린다”며 “대한민국의 명운이 국회의원 한 분 한 분의 선택에 달려있다”는 발언을 끝으로 제안설명을 마쳤다.
직후 무기명 투표 방식으로 표결이 진행했다. 여야 의원들은 하나둘 일어나 기표소 앞에 줄을 섰다. 권성동·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등이 먼저 줄을 섰고, 같은 여당 소속인 서범수·박정하·김상욱·김재섭·정성국 의원 등은 잠시 자리에 앉아 대기했다. 투표가 진행되는 내내 침묵은 이어졌다.
이날까지 본청 앞에서 ‘탄핵 찬성 촉구 1인 시위’를 진행한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은 오후 4시 36분경 투표를 마쳤다. 그는 곧바로 자리로 돌아와 고개를 떨궜다. 투표를 마친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부분 다시 자리에 착석했다.
개표는 오후 4시 50분 시작됐다. 약 10분 뒤, 우원식 국회의장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총 투표수 300표중 가결 204표, 부결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서 가결됐다”고 선포했다.
투표 결과가 나오자마자 민주당 측에선 2초간 짧은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이들은 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나눴고, 우 의장이 약 3분간 마무리 발언을 하는 동안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곧바로 퇴장했다. 서로 간 대화는 없었고, 일부는 고개를 떨군 채 회의장 밖으로 나갔다.
우 의장은 마무리 발언에서 “오늘 우리 국회는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며 “비상계엄 선포 직후부터 오늘 이 순간까지 국민 여러분께서 보여준 민주주의에 대한 간절함과 용기, 헌신이 이 결정을 이끌었다”고 했다.
이어 “경제·외교·국방 등 모든 면에서 대내외적 불안과 우려가 커지지 않도록 국회와 정부가 합심하고 협력하겠다”며 “정부 공직자들도 한치의 흔들림 없이 맡은 소임을 다해달라. 국회도 대외신인도 회복과 민생 복원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