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오판이 부른 탄핵...尹, 내란 혐의 수사 산 넘어야 [탄핵 가결]

입력 2024-12-14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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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4일 본인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뒤 한남동 관저에서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본인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뒤 한남동 관저에서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

야당이 핵심으로 본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사유는 비상계엄 사태의 위헌·위법성이다. 계엄군과 경찰이 국회의원 체포 시도, 중앙선관위에 대한 점령 시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등 탄핵안에 적시된 내용 모두 비상계엄에 얽힌 내용이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 제3자 뇌물죄, 세월호 참사 부실 대응, 측근 인사의 국정 및 인사 개입, 등 광범위한 내용이 탄핵안에 적시된 것과 대조적이다. 비상계엄 사태의 위헌성만으로도 대통령을 파면하는 것이 충분하다고 봤다.

윤 대통령은 이번 계엄에 대해 '경고성 계엄'이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핵심 기관의 고위 관계자들로부터 나온 폭로는 이같은 발언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계엄 직전 열린 국무회의에 대해선 한덕수 국무총리조차 "절차적 흠결"이라고 판단했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면서 동시에 이번 계엄과 관련 검찰과 경찰 수사의 벽을 함께 넘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이 가결되자 계엄군이 국회에서 철수하고 있다. 이날 계엄군은 3일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자 헬기 등을 동원해 국회 경내와 본회의장이 있는 본청에 강제 진입했다. 조현호 기자 hyunho@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이 가결되자 계엄군이 국회에서 철수하고 있다. 이날 계엄군은 3일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자 헬기 등을 동원해 국회 경내와 본회의장이 있는 본청에 강제 진입했다. 조현호 기자 hyunho@

계엄에서 탄핵까지 혼돈의 11일

12월 3일 10시 23분, 윤석열 대통령은 심야 긴급 대국민 담화를 열고 느닷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언론과 출판을 통제하고,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포고령이 내려졌고, 무장한 계엄군이 국회 본관으로 진입했다. 그러나 극적으로 국회에 모인 의원들이 '비상 계엄 해제 요구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4일 새벽 오전 1시 3분 재석 190명 전원 찬성으로 가결하면서 계엄은 무산됐다. 45년 만의 계엄 선포는 선포 6시간 만인 새벽 4시 20분 해제됐다.

후폭풍은 거셌다. 야당은 4일 오후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발의했고, 5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했다. 그 사이 윤 대통령은 계엄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진 김용현 전 국방장관을 면직처리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즉각 해임'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탄핵 정국은 한 대표가 6일 "윤석열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 정지가 필요하다"는 언급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계엄 사태 이후 칩거에 들어갔던 윤 대통령은 7일 세 번째 담화를 통해 고개 숙여 사과하며 "제 임기를 포함해 앞으로 정국 안정 방안은 당에 일임하겠다"고 2선 후퇴를 암시했다. 이같은 담화 여파 등으로 1차 탄핵소추안은 폐기됐다. 민심은 더 악화했다.

이후 국회에서 이어진 긴급현안질의에선 비상계엄 사태에 동원됐던 군 핵심 관계자들의 증언이 쏟아졌다. 윤 대통령이 당정 회의에서 계엄을 두고 '경고성 계엄'임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대부분의 증언들이 이와는 달랐다.

곽종근 특전사령관은 10일 국회에서 "대통령께서 비화폰으로 제게 직접 전화를 해 '의결정족수가 아직 다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체포한 일부 국회의원을 구금할 벙커가 있는지 확인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검찰과 경찰 수사기 본격화했고, 경찰은 사상 첫 대통령실 압수수색에 나섰다. 대통령실 거부로 압수수색은 실패했지만 수사의 칼날은 윤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었음을 알리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우원식 국회의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었음을 알리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정당성 강조하며 정면돌파한 4차 담화, 지지율은 급락...14일 탄핵안 가결

윤 대통령의 2선 후퇴 시사에 여당에선 질서 있는 퇴진을 위한 논의가 이뤄졌지만 윤 대통령은 결국 탄핵을 택했다. 12일 이뤄진 네 번째 담화에서 윤 대통령은 2선 후퇴를 번복했고, 내란죄 불성립과 계엄의 정당성을 30분 가까이 설파했다. "나를 탄핵하든, 수사하든 이에 당당히 맞서겠다. 끝까지 싸우겠다"고 했다. 사실상 민심에 기름을 부은 담화였다. 정치권에선 지지층 결집과 앞으로 있을 법적 다툼을 대비한 방어논리 구축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급락했다. 계엄 사태 직전 19%였던 지지율은 사태 직후 16%로 하락했고, 4차 담화 이후 지지율은 11%까지 추락했다. 부정평가는 85%로 취임 후 최고치를 찍었다. 부정 평가 이유로는 '비상계엄 사태'가 49%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탄핵 찬성은 75%에 달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윤 대통령의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14일 찬성 204표로 통과됐다. 여당에서 12표 이상의 이탈표가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7시 24분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 의결서를 전달받으면서 곧바로 직무가 정지됐다.

윤 대통령은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직후 1시간 나온 입장문에서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윤 대통령은 헌재 심판과 함께 내란 혐의 수사에 계엄의 정당성을 방어논리로 내세우며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은 최근 칩거 기간 동안 자신을 향항 강제수사와 향후 탄핵 심판에 대비해 법률대리인단을 꾸리고, 법리 검토에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기 국회 사무총장(가운데)과 조오섭 국회의장 비서실장(오른쪽) 등 국회 관계자들이 윤석열 대통령 대한 탄핵소추의결서 등본을 대통령실에 송달하기 위해 1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민원실로 들어가기 앞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김민기 국회 사무총장(가운데)과 조오섭 국회의장 비서실장(오른쪽) 등 국회 관계자들이 윤석열 대통령 대한 탄핵소추의결서 등본을 대통령실에 송달하기 위해 1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민원실로 들어가기 앞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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