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블랙먼데이’ 주문 몰리자 ATS 거래 일괄 취소
블루오션 “책임 없어”…증권사 “투자자보호책 부족”
자본연 “ATS 시스템 점검 직접 참여·다변화 모색해야”
미국 주식 주간거래 서비스가 중단된 지 넉 달이 지났지만 재개 가능성이 요원해지고 있다. 주간거래를 운영했던 미국의 야간 대체거래소(ATS) 블루오션과 국내 증권사들 간 문제 해결 논의가 원할하지 못하면서 해결방법을 찾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미 주식 거래대금이 줄고 편의성이 떨어지는 등 등 투자자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투자자보호를 위해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시스템을 구비해야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산업규제국(FINRA)는 우리나라에서 8월 발생한 미 주식 주간거래 서비스 장애에 대해 미국 거래소인 블루오션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확인해달라는 국내 증권사의 공문을 받고 조사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해당 감독기관에서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다”며 “감독기관과 블루오션 측의 명확한 답이 오지 않은 상황에서 대응 방안을 국내 증권사들이 자체적으로 마련하기 어렵다. (답이 올 때까지) 사실상 논의가 멈춘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증권사 19곳은 미국 주식 주간거래 서비스를 8월 5일부터 중단하고 있다. 당시 글로벌 증시가 폭락한 ‘블랙 먼데이’날로 국내 투자자들의 주간거래 주문이 몰리며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리자 블루오션은 오후 2시 45분 이후 들어온 모든 거래를 일방적으로 취소하고 발생 손익을 말소처리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갑작스러운 취소 통보 사태로 인한 피해 계좌 수는 9만여 개, 피해 금액은 6300억 원에 이른다.
이후 NH투자·미래에셋·삼성·KB·키움증권 등 증권사도 뚜렷한 해결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금투협을 통해 블루오션에 투자자보호와 재발 방지 조치를 공동으로 요구했지만, 블루오션 측이 적법한 대응을 다 했다고 맞서면서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어서다. 증권사들은 거래 안정성이 확보될 때까지 재개 일정을 확신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야간 거래시장을 운영하는 미국 ATS는 블루오션이 유일하다.
증권사 관계자는 “계좌를 빠르게 원복시킬 수 있는 시스템 등은 자체적으로 개선했지만 거래 장애 방지, 투자자보호 조치는 블루오션과 협의가 필수적”이라며 “해외 ATS에서 아무런 답이 없는 만큼 개별 증권사별로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싶어도 마련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미 주간거래 서비스가 넉 달 이상 멈추면서 투자자 불편은 가중되고 있다. 밤이 아닌 낮에 미국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편의성이 사라졌을 뿐만 아니라 갑작스런 이슈 발생으로 인한 시장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회도 상실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미국주식 거래도 감소했다. 지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거래가 중단된 8월 5일을 기점으로 전후 45일 동안 평균 매도거래 건수는 14.08%, 매수거래는 7.08% 감소했다. 거래금액 기준으로 보면 매도거래는 11.89%, 매수거래는 17.94% 줄었다.
전문가는 미 주식거래 재개를 위해 안정성을 갖춘 시스템이 선제적이라고 당부한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국내 투자자의 잠재적 피해가 재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주식거래 안정성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며 “미국 주식 주간거래는 ‘NMS Stock ATS’에서 체결된다는 점에서 정규거래소를 통한 주식거래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국내 증권사는 국내 투자자의 잠재적 피해가 다시 제기되지 않도록 서비스 안정성과 투자자 보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먼저 “국내 증권사들이 블루 오션 ATS의 시스템 점검에 직접 참여해 시스템 안정성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국내 투자자의 잠재적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방안으로 체결거래의 일방적 취소에 따른 보상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며 “미국 주식 주간 거래시장을 운영하는 NMS Stock ATS의 다변화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