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정권 경험한 중장년층과 젊은층 세대 격차 해소 계기 될 수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14일(현지시간) 한국이 계엄사태로 세대 간 갈등을 해소할 계기를 맞이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닛케이는 1980년 이후 44년 만의 대통령 비상계엄 선언 이후 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학교와 가정을 중심으로 젊은 세대가 정치와 민주주의에 관심을 가지고 배우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처럼 진단했다.
신문은 “매일 펼쳐지는 시민 시위와 관련 보도가 (배움의) 교재가 되고 있다”면서 민주화 이후에 태어나 ‘계엄’을 겪어 보지 못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이와 관련된 콘텐츠 시청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비상계엄이 선언된 3일 저녁부터 일주일 넘게 검색사이트 네이버에서는 ‘비상계엄’, ‘계엄령’ 등 관련 용어가 검색 상위권을 차지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웨이브에 따르면 계엄 사태가 발생한 이후인 3~4일 12·12 군사반란을 그린 영화 ‘서울의 봄’,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배경으로 한 영화 ‘택시운전사’ 등의 콘텐츠는 계엄 선언 직전인 2일 대비 시청시간이 10배가량 급증했다.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청춘의 일상을 그린 드라마 ‘오월의 청춘’도 주목받아 시청시간이 3배 늘었다.
일선 학교에서도 계엄 사태를 계기로 정치를 배우고 가르치려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전국역사교사모임은 계엄사태에 대한 교육 콘텐츠 만들어 배포했고, 한 지방 국립대 행정학과의 한 교수는 자신의 수업에서 ‘급변하는 정치 현상’을 잘 지켜보라는 공지와 함께 시험 대신 리포트를 제출하도록 했다.
14일 국회 앞에서 열린 촛불 집회에는 자녀를 데리고 참여하는 부모들이 많았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아들과 딸 두 자녀를 데리고 집회에 참여한 한 시민은 “현장을 보고 (아이들이) 정치에 대해 느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고양시에 거주하는 50대 남성은 닛케이에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과 함께 3일 밤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에 이어 군인들이 국회에 진입하는 것을 중계방송으로 지켜봤다”면서 “부모와 자녀가 처음으로 역사와 사회를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닛케이는 “한국 중장년층은 군사정권을 몸소 겪어 (계엄을) 알고 있지만, 젊은 세대는 관심도 적고, 지식도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는 군사정권의 기억이 남아있는 중장년층과 민주화 이후에 태어난 젊은 층 사이에서 세대 간 가치관 차이가 커서 사회 갈등이 발생했다”면서 “젊은 층이 민주화와 역사를 다시 바라보는 움직임이 확산하면, 세대 간의 거리가 좁혀질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