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주·삼성전자는 팔았는데…NAVER·SK하닉 등은 사들여
종목·업종별 ‘옥석 가리기’ 속 저가 매수세로 보여
“외국인 따라 했다가 낭패를 본 아픈 기억이 있다. 발 한번 잘못 들여놨다가 평생 후회하게 된다.”
13일 한국 증시에서 네이버가 21만 원대 주가를 회복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3% 가까이 뛰자 주말 내내 재테크 커뮤니티가 들썩거렸다.
계속 살까 말까 망설이면서 지켜보기만 했는데 외국인이 ‘셀 코리아’를 지속하는 가운데서도 이들 주식을 산다는 소식에 따라 살까 망설이는 투자자부터 이번에 다시 ‘물타기(주가가 하락할 때 매수 규모를 키워 평균 단가를 낮추는 투자 방식)’ 했다는 투자자까지 개미들의 와글와글 사연들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시장을 지배하는 가운데 외국인이 시가총액 상위종목과 방산주 등을 사 모으고 있다. 이들 종목은 최근 부진한 국내 증시 속에서도 굳건히 우상향했거나,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계엄령 사태 다음날인 4일 이후 8거래일간 네이버(NAVER)를 가장 많이 순매수했다. 순매수액은 2130억 원으로 집계됐다.
네이버를 뒤이어서는 △SK하이닉스(1949억 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893억 원) △크래프톤(827억 원) △삼성바이오로직스(771억 원) 등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총 1조3000억 원가량 팔아치웠지만, 일부 시총 상위주와 방산주 등에서는 투자를 이어간 셈이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가 12·3 비상계엄 사태에 일부 금융주 등을 팔아치우던 양상과 대조적이다. 같은 기간 외국인 투자자는 △삼성전자 △KB금융 △신한지주 △현대차 △두산 △하나금융지주 등 순으로 순매도했다.
계엄 사태로 국내 증시가 급속도로 하락하자, 외국인들은 밸류에이션 판단이 긍정적인 대형주에 대해서는 매수세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인 순매수 1위 종목인 네이버는 어려운 증시 상황에도 하반기 꾸준히 주가가 상승하며 증권가에서도 호평이 나오는 상황이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최근 네이버 목표주가를 기존 26만 원에서 28만 원으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한 달 사이 6% 가까이 떨어지면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사례다.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의 실적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며 목표주가를 낮추기도 했지만, 반대 의견도 등장하면서 반발 매수세가 유입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HBM4의 베이스 다이 제작을 위해 TSMC와 협업하여 3나노(맞춤형), 12나노(범용) 파운드리 공정을 활용할 예정”이라며 “3D 패키징 공정이 적용되는 만큼 베이스 다이 역시 성능을 좌우하기 때문에 파운드리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HBM4 경쟁력을 공고히 할 전망”이라고 했다.
여기에 지난달 27일 SK하이닉스가 연간 고정배당금 상향 등의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한 점도 외국인 투자자의 투자심리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수혜주’로 꼽힌 방산주도 가격 메리트가 부각되며 외국인 투자자의 투자심리를 건들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 달 사이 22% 가까이 하락했지만,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에 힘입어 해외 수주 기대감이 커졌다는 점에서 저가 매수세가 두드러졌다. 같은 이유로 한 달간 20% 넘게 하락한 현대로템도 계엄 사태 이후 외국인 순매수 9위에 올랐다.
위경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방산주에 대해 “최근 국내외 상황 변화에 따른 주가 하락은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매수 접근할 수 있는 기회일 수 있다”며 “실적 성장세인 기업이나 수주 증가 가능성 높은 기업에 관심이 필요하며, 단기적 이슈보다는 장기적 목표를 가지고 접근할 때”라고 조언했다.
이외에도 역대 최대 수준의 배당을 결정한 셀트리온과 이에 영향받은 바이오주 유한양행, 최근 분할·합병 이슈가 진행 중이던 두산에너빌리티 등도 외국인 순매수 상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