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근 칼럼] 한국 경제 옥죄는 ‘4류 포퓰리즘 정치’

입력 2024-12-15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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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ㆍ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탄핵정국 속 경제악법 무더기 통과
세계가 경쟁력 강화에 매진하는데
정쟁에 파묻힌 한국정치 안타까워

노무라 금융투자는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1.7%로 전망했다. 한국은행이 내년 경제성장률을 1.9%로 전망한 것보다 낮은 수치다. 원·달러 환율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9일 환율은 1438원까지 치솟았다. 2년 1개월여 만의 최고치다. 한국 원화에 대한 신뢰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가계 이자 부담이 덜어지는 것’을 감안하면 내년도 소비는 올라가야 하지만 기대난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1월 28일 무려 ‘총 37건의 법안’을 주도해 의결했다. 여기에는 국회법 개정안과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 농업 4법 개정안(양곡관리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농어업재해대책법, 농어업재해보험법)이 포함돼 있다. 이들 법안은 가뜩이나 비대한 국회 권한을 더 비대하게 하는 독소법안인 동시에 ‘포퓰리즘’ 법안이다.

현행 국회법에 따르면, 정부의 예산안과 세입 부수법안은 법정 심사 기한인 11월 30일까지 심사를 마치지 못할 경우 다음 날인 12월 1일에 자동으로 본회의에 부의된다. 하지만 개정안은 ‘자동부의 절차’를 폐지해 국회가 마냥 예산안 심사를 계속할 수 있도록 했다.

양곡관리법은 쌀이 초과 생산되면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지난해 3월 윤석열 대통령이 양곡관리법에 거부권을 행사해 법안이 최종 폐기됐지만 이번에 재입법한 것이다. ‘오기의 발로’가 아닐 수 없다.

재입법된 양곡법은 ‘양곡의 시장가격이 평년가격 미만으로 하락’할 경우 차액을 지급하는 ‘양곡가격안정제도’까지 추가됐다. 정부가 임금을 ‘정치적’으로 정하는 최저임금법에 해당된다. 그렇게 되면 쌀 과잉생산이 고착화돼 ‘쌀값 하락’이 더 커지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그리고 쌀 이외의 ‘타작물로의 전환’ 등 농업구조조정도 불가능해진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양곡법을 운영하려면 막대한 재정이 소요된다. 세수로 이를 메꾸지 못할 경우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2023년 결산 기준으로 대한민국의 국가채무(D1)는 1134조 원으로 ‘부채 천조국’이 됐다. 오래전에 재정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농작물재해보험은 농업인들이 일정 부분 ‘자기 책임’하에 재해위험에 대비할 수 있도록 운영해야 한다. 하지만 개정안은 농가의 재해예방 노력을 저하시켜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 그리고 ‘재해위험도가 보험료’에 반영되지 않음으로써 보험사의 보험상품 운영이 불가능하게 됐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도 무소불위 국회 권한을 강화하고 있다. 기존에는 국정감사나 국정조사에만 적용되던 ‘동행명령’을 청문회 등 다른 안건 심사 시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범위를 확대했고, 증인이나 참고인이 ‘개인정보 보호나 영업비밀’을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할 수 없도록 명시했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에 대한 거부 사유를 제한한 것이다. 하지만 국회 증언 과정에서 ‘증인의 신원 보호와 사생활 및 안전’에 대한 우려는 사소한 것이 돼버릴 수도 있다. 작금의 세계는 군사 안보뿐만 아니라 공급망, 수출, 기술 패권에 이르기까지 거대한 글로벌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와중에 증언·감정법 개정은 글로벌 기업의 ‘첨단 기밀 유출의 길’을 열어주는 통로가 될 수 있다. 민주당은 거대의석을 앞세워 우리 경제를 무너뜨리고 사회를 분열시키는 악법을 발의하거나 통과시켰다. 민주당은 지난 11월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사와 주주 간에는 계약관계가 성립할 수 없다. 이는 주주로 위장한 투기자본의 먹튀를 조장할 뿐이다. 작년 11월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파업 조장법이다. 지난 8월 국회를 통과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은 ‘민생회복지원금’이라는 미명으로 국민의 공짜심리를 부추겼다.

내년 1월이면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복귀한다. 미·중 간 사활을 건 승자만이 살아남는 경제전쟁이 시작된다. 모든 나라들이 국가경쟁력 강화에 올인하고 있는데 우리만 ‘정쟁과 이재명 방탄’에 파묻혀있다. 이건희 선대회장의 촌철살인이 떠오른다. 오죽했으면 ‘경제는 2류, 정치는 4류’라고 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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