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의 2주가 지났다. 3일 밤 계엄령 선포로 시작된 혼란은 14일 국회 탄핵안 가결로 한고비를 넘겼다. 헌법재판소 심판이 남았지만, 일단은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국정 운영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은 피했다는 점에서 다행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와 기업이 처한 사안, 사안이 녹록지 않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미·중 무역 갈등 심화, 중국 저가 물량 공세 등 다양한 위기 상황은 여전히 국내 산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우선 내년 1월 트럼프 정부 출범은 이미 예견됐던 악재다. 당선 이전부터 내세웠던 각종 정책 변화 기조는 우리나라 주요 기업의 내년 이후 경영실적에 직접 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하다.
트럼프 집권 이후 격화될 것으로 예상하는 미·중 무역 전쟁도 악재다.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점이 불안감을 키운다.
여기에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는 더 심화할 전망이다. 이미 석유화학업종, 철강, 조선 등 전통산업은 물론 전기차, 가전, 배터리,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첨단 산업까지 경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가격뿐 아니라 기술력에서도 격차를 좁히거나 추월당하고 있다.
여기에 주요 지역의 전쟁과 자국 보호주의 등의 불안 요인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사면초가,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 이번 사태로 악재만 늘었다.
기업들은 내년 경영 상황 예측을 ‘쉽지 않다’에서 ‘어렵다’로 전환한 분위기다.
내년 경영 상황의 어려움은 계엄령 사태 이전부터 예상했다. ‘어렵지 않은 내년이 어디 있느냐’라며 매년 연말마다 반복했던 말로 치부하기에는, 그 무게감이 올해는 다르다.
이런 사태가 안 벌어졌으면 좋았겠지만, 지나간 일에 가정은 무의미하다. 이제는 여파 최소화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정부는 우리 경제의 향방을 좌우할 매우 중요한 시기인 만큼 국회와 더욱 긴밀히 소통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주요 정책을 구체화한 ‘2025년 경제 정책 방향’은 관계부처 합동으로 연내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경제부총리는 국회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이 새해 첫날부터 즉시 집행될 수 있도록 회계연도 개시 전 배정을 포함한 내년도 예산 배정을 신속히 마무리하겠다고 발표했다. 더불어 재정·공공기관·민간투자 등 가용재원을 총동원한 내년도 상반기 신속 집행 계획도 곧 발표할 전망이다.
문제는 실행인데, 이를 추진할 국정 운영의 힘이 속도와는 거리가 먼 ‘국회(혹은 정치권)’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 걸린다.
실제 탄핵안 가결 이후 국회에서는 여야 간 정국 운영의 주도권을 두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현 상황의 수습보다는 다음 스텝을 염두에 둔 행보로 읽힌다.
앞서 언급했듯이 현재 우리가 처한 경제 상황은 위기 그 이상의 상황이다.
정치적 역학관계를 떠나 민생과 기업 관련 현안들은 빠르게 처리해야 한다.
국제정세 변화에 맞춘 대응 체계 구축이나 예산안 처리는 물론 기업 관련 법안들의 연내 처리도 필요하다.
탄핵안 가결 이후 주요 경제단체들도 탄핵 심판은 헌법재판소에 맡기고 정치권은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초당적 협력을 가장 먼저 주문했다. 각종 대외적인 악재에 국정 공백 우려까지 겹쳐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는 절박함이 담긴 요청이다.
기업이 가장 꺼리는 것이 ‘불확실성’인데, 현실은 아직도 안갯속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보완 후 실행’보다 ‘실행 후 보완’이 상책이다. 실행, 그것도 속도감 있는 실행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