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생 입법 제쳐두고 경제 살리겠다니

입력 2024-12-1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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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에서 “증시 밸류업,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자본·외환시장 선진화 등 주요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어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3(한·중·일) 경제협력·금융안정 포럼에 참석해 “긴급 대응체계가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했다. 경제6단체장 간담회에선 “투자·수출·채용이 정상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리더십을 발휘해달라”고 당부했다. 한국 경제 불확실성에 대한 대내외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전천후 행보다.

다른 경제부처 수장들도 경제심리 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확대간부회의에서 실물경제 동향을 점검했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본부 간부, 지방중소기업청장을 소집해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에 모든 가용 수단을 동원하라고 지시했다.

경제팀이 백방으로 뛰는 것은 비상계엄·탄핵 정국이 촉발한 경제 위기 수준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내수 소비부터 심상치 않다. 연말 송년회와 각종 모임으로 붐벼야 할 매장들의 활기가 예년만 못하다. 소상공인연합회가 10~13일 전국 소상공인 1630명을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88.4%가 비상계엄 선포 이후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지난 2~9일 전국 외식업 사업장의 신용카드 매출도 작년보다 9.0% 감소했다고 한다. 역대 대통령 탄핵이나 메르스, 코로나19 사태 등 큰 사건 때마다 내수 경기가 얼어붙었지만 이번엔 인구 고령화, 저성장 등 구조적 요인까지 악화해 ‘퍼펙트 스톰’ 위험이 없지 않다.

우리 경제 기초체력도 걱정이다. 급변하는 통상환경에 수출마저 둔화할 조짐이다. 정국이 불안정하면 기업들도 위축되기 마련이다. 경제 성장의 마중물인 투자 계획도 보수적으로 짤 수밖에 없다. 이미 올해 2분기(-0.2%), 3분기(0.1%) 성장률이 부진하다. 2% 수준인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눈높이를 1%대로 낮추는 국내외 기관들이 늘고 있는 엄혹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경제 살리기는 정부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입법 지원이 필수적이다. 경쟁국들처럼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반도체특별법을 비롯해 인공지능(AI)기본법, 국가기간전력망확충특별법, 외국인고용법 개정안 등 여야 간 이견이 없는 민생·경제 법안들부터 서둘러 처리해야 한다. 이런 초당적 협치가 시장 불안을 잠재울 특효약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16일 국민의힘에 국정안정협의체 참여를 재차 요청했다. 민생·경제 분야만 한정해 논의하자고도 했다. 말은 듣기 좋지만, 앞뒤가 맞는지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앞서 민주당은 국회의원 요청 시 기업인 출석과 기업 기밀자료 제출을 의무화하는 국회증언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국회 월권을 제도화하자는 것이다. 시장 질서를 어지럽힐 농업 4법, 자동부의절차를 폐지한 국회법 개정안 등도 같은 범주다. 이렇게 반기업·반시장 입법 폭주를 주도한 정당 대표가 갑자기 민생·경제를 외쳐댄다. 입법 폭주에 대한 반성이나 필수 입법에 대한 약속은 한마디도 없다. 도대체 누가 공감할지 되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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