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우크라전서 주말에 최소 30명 사상…경험 부족해 쉬운 표적”

입력 2024-12-17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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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국방부, 쿠르스크 지역 북 희생자 추정 발표
“러시아군과 달리 수십 명씩 무리 지어 이동”
“엄폐물 없이 드론 피하지 않고 대응 사격하기도”
젤렌스키, 북한군 전사자 얼굴 소각 추정 영상 공개”

▲2018년 9월 9일 북한 평양에서 열린 북한 건국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행진하고 있는 북한 군인들. 평양/AP뉴시스
▲2018년 9월 9일 북한 평양에서 열린 북한 건국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행진하고 있는 북한 군인들. 평양/AP뉴시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하기 위해 배치된 북한군이 지난 주말 최소 30명이 사망하거나 부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험이 부족한 북한군이 쉬운 표적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방부 산하 정보총국(GUR)은 14일부터 이틀간 러시아의 쿠르스크 지역의 플레호보ㆍ보로브자ㆍ마르티노프카 마을 근처에서 최소 30명의 사망자와 부상자가 북한군에서 발생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루스템 우메로우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지난달 북한군과 우크라이나군 간의 첫 충돌을 보고하면서 사상자 수를 밝히지 않았으나 이번에는 내놓았다.

앞서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위한 특수군사작전을 돕기 위해 1만여 명의 병력을 러시아에 파병했다. 쿠르스크는 러시아가 8월 우크라이나에 기습적으로 점령당한 뒤 탈환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으로, 북한군 병력은 이곳에 집중적으로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쿠르스크 지역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군 3명은 최근 며칠 동안 드론과 기타 무기를 통해 북한군으로 보이는 물결이 전장에 넘쳐나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2명은 드론을 통해 북한군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봤으며, 이 지역에서 정찰 감독을 하는 또 다른 1명은 동료 군인들이 촬영한 방대한 드론 영상을 검토했다.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쿠르스크의 전장을 가로질러 이동하는 군대가 너무 많아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일반적으로 우크라이나군의 화력에 맞을 확률을 줄이기 위해 소규모로 이동하고 나무에 가까이 붙어 있다. 그러나 이 병력은 머리 위를 맴도는 적의 무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듯이 공개적으로 움직였다는 것이다.

‘박서’라는 호출 부호를 사용하는 쿠르스크에 배치된 한 우크라이나 드론 부대 지휘관은 “북한군은 들판을 가로질러 뛰어다니고 있는데, 그 무리의 수가 너무 많다. 그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진짜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봐야 하는지 러시아가 일부러 그런 식으로 보내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우크라이나 사령관은 “40~50명의 사람이 들판을 가로질러 달리는 모습은 처음 보아 매우 놀랐다”면서 “포병과 드론 운영자에게는 완벽한 목표물로 러시아군들은 그렇게 달리지 않는다”고 떠올렸다.

또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 운영자 중 한 명은 “30~40명씩 되는 세 무리를 목격했는데, 이들은 드론으로부터 도망치지 않고 드론을 향해 사격했다”면서 “드론으로부터 도망치거나 숨는 법을 배우고, 엄폐물에서만 드론을 향해 총을 쏘는 러시아인들과 다르다. 그들(북한군)은 그저 무차별적으로 그곳에서 서서 총을 쐈다”고 설명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의 모습이라며 17일(현지시간) 공개한 영상. 영상에는 “러시아는 북한 병사들이 죽은 뒤에도 얼굴을 감추려 하고 있다”는 영어 자막이 달렸다. 출처 젤렌스키 텔레그램 캡쳐,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의 모습이라며 17일(현지시간) 공개한 영상. 영상에는 “러시아는 북한 병사들이 죽은 뒤에도 얼굴을 감추려 하고 있다”는 영어 자막이 달렸다. 출처 젤렌스키 텔레그램 캡쳐,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가 북한의 손실을 은폐하려고 한다”면서 “우크라이나군이 군대와 싸우면서 북한의 정확한 희생자 수를 파악하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젤렌스키는 또 17일에는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에 30초 분량의 영상을 업로드하고 “러시아가 파병된 북한 병사들의 신원을 감추고 피해를 은폐하기 위해 전사자의 얼굴까지 소각하고 있다”고 알렸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군이 전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최전선으로 이동했다”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절박함을 보여주는 중대한 진전”이라고 분석했다.

커비 보좌관은 또 “북한군이 상당한 손실을 보며 사망 또는 부상했다”면서 “정확한 수치는 없지만 수십 명에 이를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미국 정부가 북한의 러시아군 지원과 관련해 군 고위급 인사에 제재를 가했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이날 북한에 금융·군사 지원을 한 개인 9명과 단체 7곳을 제재하고 국무부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과 관련해 제재 대상 3개를 추가 지정했다.

브래들리 스미스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 대행은 “최근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과 러시아 군사 지원 심화를 비롯한 김정은 정권의 계속되는 도발은 지역의 안정을 저해하고, 푸틴의 계속되는 우크라이나 침략을 지탱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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