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다빈치5’ 시대 개막…아시아 로봇수술 중심지 되나

입력 2024-12-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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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4-12-18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한국 점령한 인튜이티브·눈독 들이는 메드트로닉…“경쟁 속 발전 기대”

▲삼성서울병원 로봇수술센터 내 설치된 인튜이티브의 5세대 수술로봇 ‘다빈치5(da Vinci 5)’ (사진제공=삼성서울병원)
▲삼성서울병원 로봇수술센터 내 설치된 인튜이티브의 5세대 수술로봇 ‘다빈치5(da Vinci 5)’ (사진제공=삼성서울병원)

글로벌 기업들의 최신 수술용 로봇이 국내 시장에 경쟁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의료 접근성과 인프라 수준이 높은 한국이 아시아 지역 내 첨단 로봇수술 선두이자 테스트베드(Test-bed)로 부상하는 추세다. 다만, 로봇수술을 과도하게 권하는 거품은 걷어내야 한다는 조언도 의료계 일각에서 나온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인튜이티브서지컬의 5세대 수술용 로봇 ‘다빈치5(da Vinci 5)’를 사용한 수술이 16일 아시아 지역 중 처음으로 국내에서 실시됐다. 실시 기관은 고려대안암병원, 삼성서울병원, 대전을지대병원 등 3곳이다.

로봇을 활용하면 개복을 피하고, 절개 부위를 최소화하거나 최소침습 방식으로 수술할 수 있다. 출혈을 최소화하고 오차를 감소시켜 수술 부위 주변 조직 훼손을 줄여, 회복 기간을 단축하고 흉터와 합병증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다.

전립선암의 경우 로봇수술 선호도가 높다. 실제로 3기 전립선암으로 로봇 및 개복 수술을 받은 환자 510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 10년간 전이 없이 생존한 비율이 두 그룹 모두 66.7%로 나타나 고위험 전립선암 치료에서도 로봇수술이 개복 수술만큼 우수함을 확인한 국내 연구가 2022년 국제학술지 ‘암 연구 및 임상종양학 저널(Journal of Cancer Research and Clinical Oncology)’에 게재되기도 했다.

아시아 지역에서 다빈치5를 도입한 국가는 한국이 최초다. 다빈치는 인튜이티브의 수술용 로봇 시스템 브랜드로, 2000년 첫 제품이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처(FDA) 허가를 받았다. 국내에는 고려대안암병원, 삼성서울병원, 대전을지대병원 등에 각각 1대씩 총 3대가 도입됐다.

각 의료기관은 일제히 16일 첫 수술을 진행해 나란히 ‘아시아 최초’ 타이틀을 공유하게 됐다. 고려대안암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은 전립선암, 대전을지대병원은 직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을 진행했다.

다빈치5는 올해 3월 FDA에서 최초로 승인한 이후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10월 승인했다. 직전 4세대 모델인 다중공 수술용 다빈치 XI, 다빈치 X와 단일공 수술용 다빈치 SP와 달리, 집도의가 정교한 감각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수술도구가 조직을 밀고 당기는 힘을 의료진이 정확히 인지할 수 있는 포스 피드백(Force Feedback) 기술이 적용됐다.

한국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는 수술용 로봇 전문 기업은 인튜이티브뿐만이 아니다. 메드트로닉 역시 한국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수술용 로봇 ‘휴고(Hugo)’에 대한 식약처 허가를 올해 상반기 완료하고 본격적인 국내 의료기관 보급을 준비 중이다. 휴고는 2021년부터 남미 시장을 시작으로 총 26개국에 진출해 있지만, 아직 미국 FDA 허가는 받지 않은 상태다.

국내 주요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은 이미 다빈치 시스템이 선점하고 있다. 고려대안암병원, 삼성서울병원, 대전을지대병원 이외에도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이른바 ‘빅5’로 꼽히는 서울 소재 주요 대학병원들은 모두 다빈치 로봇을 도입해 흉부외과, 비뇨의학과, 산부인과 등에서 환자 수술에 운용하고 있다.

메드트로닉은 의료진 대상 교육·훈련 지원을 강화하며 한국 시장 내 점유율을 높여갈 것으로 보인다. 이달 충북 오송 첨단의료복합단지 내 메드트로닉 이노베이션 센터(MIC)에 ‘로봇 수술 연구·교육센터’를 열고 의료진들이 휴고를 비롯한 수술장비를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까지 메드트로닉이 의료기기 연구개발과 의료진 술기 교육을 위해 국내 투자한 금액은 누적 515억 원이 넘는다.

관련 시장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로봇수술 산업 규모는 올해 111억 달러(약 15조5788억 원)에서 연평균 16.5% 성장해 2029년 237억 달러(약 33조2629억 원)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수술용 로봇 기업들이 한국에 주목하는 건 독보적인 인력과 인프라가 갖춰진 시장때문이다. 의료기기 시장 한 전문가는 “전문의 진료와 고도의 수술에 대한 접근성이 한국만큼 높은 국가는 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흔하지 않다”라며 “한국을 거점 삼아 동남아시아, 중국, 아ㆍ태지역 인접 국가로 시장을 확장하기도 유리하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에 진출하는 기업이 많아지면 경쟁이 발생해 의료진의 선택 폭이 넓어지고 제품 발전도 가속화기 때문에 국내 의료계에도 이점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비용효율성을 따져 로봇수술이 모든 수술의 표준인 것처럼 과장되는 상황은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로봇수술은 건강보험 비급여라서 일반 수술보다 수백만 원 더 비싼데, 환자의 상태와 수술 부위에 따라 로봇수술이 필요없는 케이스도 있고, 로봇수술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극히 적은 케이스도 많다”라며 “한국은 인구수 대비 로봇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 국가인데, 시장 선도 국가로 꼽히는 상황의 이면에는 과도하게 로봇수술을 권하는 행태가 있다”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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