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회 장려에도 잔뜩 움츠린 재계…“안도하긴 일러”

입력 2024-12-17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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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모임 독려에도 ‘꽁꽁’
괜찮다 하지만 환율 부담 여전
“상황 예의주시 할 수밖에”

▲불황에 계엄 여파로 자영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는 가운데 15일 오후 서울 종로 일대 모습. (연합뉴스)
▲불황에 계엄 여파로 자영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는 가운데 15일 오후 서울 종로 일대 모습. (연합뉴스)

국내 대기업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의 상황을 면밀히 살피며 내년도 경영 전략 수립에 집중하고 있다.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연말 단체 회식을 취소하고 수시 현황 보고에 집중하는 등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분위기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경제계 비상 간담회’에 참석해 “탄핵소추안 가결로 불확실성이 다소 줄어들기는 했지만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올 때까지 정치계와 경제계가 차분하고 기민하게 경제를 안정시켜야 한다”며 “여ㆍ야ㆍ정과 해법 모색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그룹은 계열사에 대비를 강화하라는 메시지를 전파하며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 기업들은 다음 달 20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전략 수립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연말 모임을 취소하고 송년회 등 회식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한화와 LS는 이미 연말 회식 자제를 당부했으며, 다른 기업들도 예정됐던 송년회를 대폭 축소하거나 아예 건너뛰는 분위기다.

한국전력은 최근 전 사원에게 공무 기강 확립을 강조하는 공문을 내렸다. 비상 연락 체계를 철저히 관리해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응할 것을 당부했다.

재계 관계자는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는 정국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계열사별로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며 “수시로 현황 보고를 하고 있고 환율이나 내년도 사업 계획에 미칠 영향, 새로운 입법 등 현안을 챙기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석유화학 계열사들은 어려운 상황을 감안해 연말 모임을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산업계 부담은 여전하다. 계엄 선포 이후 꾸준히 상승한 원ㆍ달러 환율로 인해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업종들은 타격을 받고 있다.

원ㆍ달러 환율은 4일 오전 12시 17분께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후 1446원까지 급등했다. 이는 2009년 3월 15일 이후 15년 8개월여 만에 최고치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원ㆍ달러 환율은 1436원으로 5거래일째 1430원에 머물러 있다.

특히 원유를 달러로 수입하는 정유업계는 환율이 상승할 때마다 비용 부담이 급격히 커져 고환율 상황에 대한 우려가 크다.

국내 정유사들은 연간 10억 배럴 이상의 원유를 수입하며 결제를 모두 달러로 진행한다. 원유를 대량으로 미리 구매하고 몇 달 뒤 결제하는 구조상 결제 시점에 환율이 오르면 그만큼 환차손이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환율이 10원 상승하면 정유업계의 환차손은 약 1000억 원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업계는 중국산 저가 공세와 고환율이라는 이중 악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철강재 생산에 필수적인 철광석과 석탄 등 원재료를 수입해야 하므로 환율 상승이 수익성 하락으로 직결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원가가 급등했지만, 전방 산업의 침체와 중국의 저가 공세로 정당한 가격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치적 혼란으로 파업 리스크까지 가중되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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