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국가비상사태, 추경 필요”…최상목 “예산 집행이 우선”

입력 2024-12-17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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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9회 국회(임시회) 기획재정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현안 관련 보고를 하고 있다. (뉴시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9회 국회(임시회) 기획재정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현안 관련 보고를 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비상계엄 사태 이후 경제 상황을 고려해 신속하게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추경 필요성을 일부 인정했고,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일단 내년도 예산 집행을 충실하게 준비하는 게 최우선”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17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긴급 현안질의를 진행했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이창용 총재를 향해 “내년도 예상 경제성장률이 1.9%다. (계엄 이후)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한은 전망치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며 “그런 점에서 적극적 세출 확대, 추경이 필요하단 주장을 어떻게 보냐”고 질문했다.

이 총재는 “한은이 이미 보고서를 냈는데, 두 가지 면에서 재정의 역할을 언급했다”며 “지금처럼 하방위험이 있는 상황에선 재정을 조금 더 이용할 근거가 된다고 생각한다”며 추경에 긍정적 입장을 내놨다.

앞서 한국은행은 15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금융·경제 영향 평가’를 통해서도 추경 등 정책 현안에 여야가 조속히 합의해 대외에 우리 경제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모습을 빨리 보여줄 필요가 있단 제언을 남긴 바 있다. 관련해 김영환 민주당 의원은 이 총재를 향해 “추경을 말한 적 있느냐”고 재차 질문했고, 이 총재는 “그렇다”고 답했다.

정일영 민주당 의원은 최 부총리에 화살을 돌렸다. 그는 “국가비상사태인데 경제부총리가 추경에 반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자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야당이 추경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 일방적으로 삭감해 처리한 예산안이 잉크도 안 말랐는데 벌써 추경 논의를 하고 있다”며 “(민주당이 삭감해 통과시킨) 예산 자체가 엉터리 예산이라는 걸 자인하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앞서 10일 국회는 헌정 사상 최초로 ‘야당표 감액 예산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본회의 직전까지 여야가 협상을 이어갔지만, 야당이 정부가 제출한 수정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표결을 강행처리했다.

박 의원은 최 부총리를 향해 “추경을 논의해야 시점인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최 부총리는 “여러 의견이 있는 걸로 안다. 민생이 어려워서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덴 동의한다”면서도 “지금 상황에선 예산이 통과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내년도 예산 집행을 충실하게 준비하는 게 최우선이고, 내년 대외 불확실성과 민생 상황을 파악하면서 적절한 대응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회의에선 최 부총리가 계엄 선포 당일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받았던 ‘쪽지’가 “예비비로 계엄군을 지원하라는 메모 아니겠는가”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최 부총리와 조태열 외교부 장관 등 일부 국무위원은 계엄이 선포됐던 3일 윤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사항’ 등이 적힌 문건을 건네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황명선 민주당 의원은 당시 쪽지 내용을 확인했다는 윤인대 기재부 차관보를 향해 “당시 메모가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예비비를 지출해 계엄군을 지원하라는 메모가 아니겠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해당 차관보는 “재정 담당이 아니어서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황 의원이 “계엄법 제9조2항에 따르면 계엄군이 민간인의 재산을 파괴하면 보상하게 돼 있다. 그러면 예비비를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그 쪽지에는 계엄군에 대한 지원 관련 얘기가 있었던 게 아니냐”고 재차 묻자, 윤 차관보는 “그렇게 (내용이) 많지는 않았다. ‘예비비’에 대한 단어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고, ‘확보’라는 단어 정도를 기억하고 있다”고 반응했다.

또 “해당 쪽지는 수사기관에 제출돼 있고 원본 그대로 보존돼 있다”며 “그걸 보면 금방 해명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부총리는 쪽지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최 부총리는 당시 경황이 없었다며 “저는 ‘예비비’라는 단어를 기억하지 못한다”며 “‘재정자금 확보’ 이런 정도만 기억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왜 예비비라는 단어를 쪽지에 넣었냐는 질문에 대해선 “추정해서 말씀드리는 건 적절치 않다”고 했다.

또 최 부총리는 국무회의가 열렸던 당일 계엄에 반대했다며 사퇴 의지를 거듭 밝혔다. 그는 “그날 밤 저는 계엄에 강하게 반대하면서 사퇴를 결심했고 지금도 같은 생각”이라며 “직에 연연하지 않고 우리 경제를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한다는 책임을 마무리하는대로 직을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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