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성장동력 확보해 위기 돌파를

입력 2024-12-17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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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성 동국대 명예교수ㆍSolbridge경영대학 석좌교수

통상환경 암울한데 정부대응 안일
수출대기업 중심 경제구조도 한계
내수·투자 강화해 성장견인 꾀해야

2025년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한국은행은 내년 1.9%, 2026년에는 1.8%의 낮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하였다. 금년에도 소비, 투자, 수출 모두 유독 우리 경제만 침체에 빠져 자영업자들의 폐업과 영세소기업 도산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2025년 우리국민의 삶은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비관적 전망의 근거로 다음과 같은 대내외적 요인들을 들 수 있다. 내부적으로는 인구고령화(2025년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어가는 초고령사회 진입 예상)로 인한 생산성 저하와 함께 한계에 달한 수출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 속에서 신성장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는 점이 꼽힌다. 외부적으로는 차기 트럼프 행정부의 무차별적 고관세 정책과 중국 요인을 들 수 있다.

여기에 러시아 푸틴에 의한 3차 세계 핵전쟁 위협과 중동위기의 지속 속에서 국내에서는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움직임으로 불안감을 느낀 외국인 투자 이탈과 환율상승(원화가치 하락) 등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것 또한 2025년의 또 다른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 국회에서는 국민들의 삶에 신경 쓰기보다 당리당략에 따른 비난과 고발, 탄핵 등으로 이 시기에 절실히 필요한 정부 역할은 이제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라고 외치며 당선한 미국 클린턴 대통령과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에 따른 실질소득 감소로 연임에 실패한 바이든 행정부가 대조적으로 생각나는 것은 필자뿐만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정권 말기에 부동산 가격의 급등을 막지 못해 장기집권에 실패한 우리의 사정도 경제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다. 내년 1월 20일 취임할 트럼프 당선자는 출범 당일 캐나다, 멕시코에 25% 관세를, 그리고 중국에 대해서는 10%의 관세를 추가로 물리겠다고 밝혔다.

이전에 중국에 대해 60%, 그외 다른 모든 국가의 상품에 대해 20%의 관세를 물려 미국 내 생산을 유도하겠다는 것과 종합하여 보면 트럼프 행정부는 한마디로 ‘관세맨(tariff man)’ 정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1기의 무차별적 관세부과에 대응하여 공장을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간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는 멕시코·캐나다에 생산시설을 옮긴 삼성전자 LG 포스코 현대기아차 등 우리 기업들에 비상이 걸리게 하는 발표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는 한국과 중국의 8대 주력산업에 대한 세계 시장점유율의 10년간 변화를 분석한 결과를 보고하였는데 이는 우리 산업의 참담한 현실을 보여준다.

3대 전략산업인 반도체, 디스플레이와 이차전지의 경우 10년 전의 2~2.5배 수준에서 현재 3배(반도체), 3.5배(디스플레이), 8배(이차전지)까지 격차가 확대되었고, 우리 경제를 지탱해왔던 주력산업인 조선, 철강, 자동차, 석유화학 분야에서도 석유화학을 제외하고는 중국에 추월당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10년 전 우리가 우위를 지켰던 조선, 자동차 수출은 중국에 이미 추월당했고 철강의 경우 중국과의 점유율 격차가 10%포인트 넘게 벌어지고 있음을 조사 결과는 보여주고 있다. 무선통신기기의 경우 중국이 세계 시장점유율을 27%까지 올리고 있는 동안 우리는 존재감이 거의 없는 상태로까지 추락하였음을 보여주었다.(2013년: 3.61% → 2023년: 0.98%)

급속히 진전되고 있는 저출산고령화라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있는 우리 경제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여기에 대한 해답을 내놓지 못한다면 아르헨티나와 같은 ‘잠깐’ 선진국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든다.

최근 미국이 첨단산업분야에서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해 중국에 대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첨단반도체장비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발표하였다. 이러한 미국의 조치는 당분간 중국 독주를 막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다행이다.

그러나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수출의존경제에서 벗어나 내수 및 투자를 통하여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해야 장기적으로 미국 및 중국의 함정으로부터 자유로운 자체 성장동력을 가진 경제로 일어설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2025년은 우리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지혜와 통찰력, 그리고 새로운 전략이 가계, 기업 및 정부 모두에 절실히 필요한 한 해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일본식의 30년 장기불황은 축적해 놓은 게 얼마 없는 우리 경제를 추락시켜 회복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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