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톱’ 밀레이 매직 통했다…1년 만에 ‘조롱’을 ‘찬사’로

입력 2024-12-18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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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경제성장률 3.9%, 작년 경기침체 이후 첫 성장
11월 물가상승률 4년여 만에 최저
과격 언사로 '아르헨 트럼프' 별명 가진 경제 전문가
공격적 재정지출 삭감으로 회복 주도
제조업 반등 등 과제도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집권당 이탈리아형제들(FdI)의 연례 정치 행사 ‘아트레유 2024’에 참석해 주먹을 쥐고 있다. 로마/로이터연합뉴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집권당 이탈리아형제들(FdI)의 연례 정치 행사 ‘아트레유 2024’에 참석해 주먹을 쥐고 있다. 로마/로이터연합뉴스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이끄는 아르헨티나가 마침내 경기침체에서 탈피했다. 대통령선거 후보 시절 전기톱을 들고 유세 현장에 나타나 공격적인 재정지출 삭감과 규제 완화에 나서겠다고 공언해 많은 조롱과 비판을 받았던 밀레이 대통령은 이제 취임 1년 만에 경제를 반등시켰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17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통계청은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3.9%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말 경기침체에 빠진 후 첫 분기 성장이다. 농업과 광업이 경기 확장을 주도했고 소비자 지출도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주 발표된 1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2.4% 상승했다. 시장 전망치를 밑돌았을뿐더러 2020년 7월 이후 4년여 만에 가장 낮게 집계됐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아직 세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 역시 7개월 연속 둔화했다.

일련의 소식은 밀레이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 만에 들려온 것이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밀레이 대통령은 그간 정부지출을 삭감하고 인플레이션 잡기에 총력을 다했다.

대통령이 되기 전만 해도 그를 향한 평가는 지금과 전혀 달랐다. 중앙은행을 없애겠다는 등 평소 과격한 언행과 극단적인 정책으로 ‘아르헨티나의 도널드 트럼프’로 불렸다. 영국에서는 특이하기로 유명했던 자국의 보리스 존슨 전 총리에 공포영화에 나오는 살인인형 처키를 혼합한 인물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그런데도 아르헨티나 국민의 선택은 밀레이였다. 세 자릿수에 달하는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디폴트(채무불이행) 등 경제난에 지쳐 변화를 택한 것이다.

주변의 조롱과 다르게 밀레이 대통령은 단순한 괴짜가 아닌 HSBC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경제 전문가다. 밀레이 표 자유주의적 개혁을 지켜보던 국제통화기금(IMF)은 5월 보고서를 내고 “예상을 넘는 성과를 냈다”고 호평하기도 했다. IMF는 “모든 성과 기준이 여유 있게 충족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은 계속 낮추고 외부 완충 장치는 재건하고 회복은 지원하는 정책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밀레이 대통령이 내달 취임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아르헨티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달 대선에서 승리한 후 처음 마주했던 외국 정상도 밀레이 대통령이었다. 밀레이 대통령은 내달 트럼프 취임식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이제는 아르헨티나의 트럼프가 트럼프 당선인에게 영감을 줄 정도다. 트럼프 당선인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내세워 정부효율부를 세운 것도 밀레이 대통령의 재정지출 삭감을 재연하려는 것이라고 CNN은 평가했다.

다만 밀레이 대통령이 해결해야 할 경제 과제는 아직 남아 있다. 당장 3분기 GDP만 봐도 제조업과 건설업의 부진이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급격한 반등이 유지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컨설팅업체 에코고의 세바스티안 메네스칼디 이사는 “내년 아르헨티나 경제는 초기 반등보다 느린 속도로 계속 성장할 것”이라며 “그 효과는 산업과 근로자들 사이에서 불균형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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