權, 대통령제 개헌 검토 요청
李 “조속한 민생추경 필요”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상견례를 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뒤 첫 만남이다. 권 대행은 이 대표를 향해 ‘대통령제 개헌 검토’를 요청한 반면, 이 대표는 ‘추경’과 ‘국정안정협의체’를 제안했다.
권 권한대행은 “최재해 감사원장, 박성재 법무부 장관 등 총 14건의 탄핵소추안이 지금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이라며 “대통령 탄핵소추안까지 헌재가 언제 23건의 탄핵소추안을 다 처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작금의 국정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서라도 이전에 남발했던 정치 공세적인 성격이 강한 탄핵소추는 국회 차원에서 철회해서 헌재의 부담도 좀 덜어달라”며 “탄핵소추로 인해 국정이 마비 상태니까 그것도 풀어주시기를 부탁의 말씀을 드린다”고 당부했다.
이날 권 권한대행은 대통령제 개헌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세 차례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며 “대통령 중심제가 과연 우리의 현실과 잘 맞는지 이 부분에 대해서 좀 더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 오어 낫싱’(All or Nothing), 전부 아니면 전무 게임인 대통령제를 좀 더 많은 국민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고 상생과 협력을 할 수 있는 제도로의 변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이 대표는 국민의힘에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검토를 부탁했다. 그는 “지금까지 잠재성장률에 맞춰서, 너무 형식적인 균형·건전재정 얘기에 매몰돼서 사실은 정부의 경제 부문에 대한 책임이 너무 미약했다는 생각”이라며 “조속하게 민생 안정을 위한 민생 추경을 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최근 자신이 제안한 국정안정협의체와 관련해 “(권 권한대행이) 약간 비관적인 생각을 갖고 계신 것 같다”며 “필요한 부분까지는 저희는 다 양보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민주당과 국민의힘 원내교섭단체로서는 좀 실질적인 협의를 해야 된다”라고 강조했다.
이후 두 사람은 약 30분 동안 비공개 논의를 이어갔지만, 헌법재판관 임명 논의 등 쟁점 사안에 합의한 건 없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회동을 통해서 합의가 있지는 않았다”며 “자주 만나자는 것에 대한 공감대는 있었다”고 전했다. 박수민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기본적인 생각들을 교환했다”라고만 밝혔다.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3인 임명, 국방부 장관과 경찰청장 임명 등 최근 여야 간 첨예한 대립을 보이는 안건에 대해선 논의가 없었다고 한다.
다만 이 대표가 요청한 추경과 관련해선 “2025년 예산이 결정돼서 집행도 안 됐는데 급하지 않나”라며 “추경을 만약 편성한다면 구체적 항목들에 대해서 합의가 된 상태에서 진행해야 할 것 같다”고 권 권한대행이 답했다고 조 수석대변인은 전했다. 박 원내대변인도 “민생경제 어려움 회복은 저희도 우선순위가 상당히 높아 경청했다. 다만 내부 토론 과정이 남아 있고, 정부 입장도 있다”며 논의 사실만 밝혔다.
이날 두 사람의 화기애애한 모습은 눈길을 끌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 민주당 대표실을 찾은 권 대행에게 “환영합니다”라면서 먼저 손을 내밀었다. 두 사람은 중앙대 법학과 동문이다. 이 대표는 “모든 게 선배님 먼저”라면서 발언권을 건넸다. 비공개 논의 과정에서도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