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상 ‘국헌 문란·폭동’ 있어야 내란죄 처벌 대상
“국회에 군 투입한 것이 내란에 해당할 수 있어”
‘12·3 비상계엄’ 사태 정점에 있는 윤석열 대통령 측이 ‘내란을 일으킬 목적이 없다’는 주장을 거듭 내세우며 법리 논쟁으로 상황을 이끌고 있다. ‘내란죄 성립 요건’을 들어 탄핵을 방어하겠다는 건데, 법학자들 사이에서는 ‘법률에 따른 내란죄가 맞고 탄핵 여부는 죄 성립과 별개의 문제’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 변호인단 구성을 돕는 석동현 변호사는 전날 “소란 정도면 모를까 내란죄 성립 요건이 안 된다”며 “법률적 개념으로서 내란죄에 일고의 동의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미 정권을 잡은 대통령이 내란이나 반란을 일으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취지다.
형법 제87조는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를 내란죄로 처벌한다고 명시한다. 윤 대통령 측은 이번 사태에 ‘국헌 문란 목적’과 그 행위로서 ‘폭동’이 없다는 의견이다. 영구집권이나 정권찬탈 등의 목적이 있어야 죄가 성립하는데, 오히려 대통령으로서 국헌 정상화를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것이다.
다만 헌법학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비상계엄 사태가 내란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의견이 다수다. 비상계엄 당시 헌법 기관인 국회에 무장한 군 병력을 투입한 것 자체가 문제라는 시각이다.
국헌 문란의 정의는 형법 제91조에서 다루고 있다.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않고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 기관을 강압에 의해 전복 또는 그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계엄 당시 국회에 투입됐던 육군 특수전사령부 707특수임무단 김현태 단장은 9일 기자회견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국회의원이 150명을 넘으면 안 된다. 끌어낼 수 있겠냐’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대통령이 국회가 계엄령을 해제할 할 수 없도록 막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1997년 전두환·노태우 대법원 판례는 ‘국헌 문란 목적으로 국회를 봉쇄하려고 했다면 내란에 해당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테러 작전을 수행하는 특임대 투입으로 국민의 공포심을 일으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넓은 의미의 폭행·협박을 말하는 ‘폭동’은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여야 성립한다. 국민 주권의 상징인 국회와 선관위 점령 시도가 전 국가적 평온을 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탄핵 심판은 내란죄 해당 여부가 아닌 징계 대상자가 그 직에 부합하는지를 따지는 것”이라며 “헌법재판소는 이 부분을 들여다볼 것이다. 대통령직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게 확실해지면 파면 결정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비상계엄 선포는 정권이 아닌 국민 주권을 찬탈하려고 한 것”이라며 “포고령을 보면 윤 대통령은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언론과 출판을 검열하려고 했다. 자신의 정치적 반대파를 제거하려고 했다는 점을 비추어 보면 독재하려고 한 것은 명백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