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스트레스 완충자본 규제의 도입을 내년 하반기 이후로 연기하는 등 금융회사의 건전성·유동성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12ㆍ3 비상계엄 사태 등으로 원ㆍ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은행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하락 우려가 커진 데 따른 조치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9일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른 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금융안정과 실물경제 지원 역량 강화를 위한 선제적 조치를 발표했다.
앞서 개최된 금융상황 점검회의와 금융업권 최고재무책임자(CFO)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금융사들이 건의한 사항을 반영한 것으로, 바젤III 등 글로벌 기준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금융회사의 건전성·유동성·재무안정성 여력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올해 도입될 예정이었던 스트레스 완충자본 규제의 도입은 내년 하반기 이후로 미뤘다. 당초 금융당국은 올해 연말부터 스트레스 테스트(위기상황 분석) 결과와 보통주자본비율 하락 수준에 따라 기존 최저자본 규제 비율에 더해 최대 2.5%포인트(p)까지 추가자본 적립의무를 부과하는 규제를 도입할 예정이었다. 당국은 스트레스 완충자본 규제 도입시기와 방법 등은 내년 상반기 중 재검토해 단계적으로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은행권의 외환포지션 중 해외법인에 대한 출자금과 같은 비거래적 성격의 외환포지션(구조적 외환포지션)은 환율변동 등에 따른 시장리스크를 위험가중자산 산출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보험사의 경우 증권시장 안정펀드 잔여매입약정금액에 대해 현재는 미사용금액 전액에 대해 35%의 위험액을 부과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미사용금액의 절반에 대해서만 35% 위험액을 부과하도록 완화한다.
기업에 대한 대출·투자 관련 부담 완화 조치도 마련됐다. 자본시장법 이외의 법률에 따라 설립된 펀드는 펀드 전체를 주식으로 취급해 400%의 높은 위험가중치를 적용했으나, 앞으로는 벤처기업 등에 투자하는 신기사펀드·벤처펀드 등 투자조합에 대해 실제 투자된 자산별로 위험가중치를 적용하기로 했다. 채권 20~150%, 주식 100~400%, 부동산 20~150% 등이다.
국내 기업이 해외 외부신용평가기관(ECAI)에서 평가받은 평가 등급을 위험가중치 산정에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비금융 지주회사의 경우 주요 수익원·재무적 특성·자회사의 업종 등 실질을 고려해 위험가중치를 적용하도록 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이날 발표한 조치를 즉시 시행하되 기준 마련 및 개정이 필요한 사항은 내년 1분기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를 통해 확충된 금융사들의 재무 여력이 금융안정과 국내기업 등 실물경제 지원에 충실히 활용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해나갈 계획"이라며 "향후 시장상황을 봐가며 필요 시 추가적인 대책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