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이월 과정 중 상위 기관장 보고 등 절차 누락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기관인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기정원)이 현행법을 어기고 6억여 원의 인건비를 이월 집행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이 같은 위법은 기정원의 인건비 부정 집행에 대한 의혹이 제기돼 중기부가 특정감사에 나서면서 밝혀졌다.
19일 중기부에 따르면 기정원은 중소기업의 기술혁신과 정보화 경영을 효율적으로 촉진해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기 위해 2002년 1월 설립된 기관이다. 중소기업의 기술개발지원, 지역특화산업 육성, 스마트 제조혁신 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하며 올해 기관 운영비는 74억 원, 연구개발(R&D) 사업 등을 포함한 올해 예산은 1조6950억 원이다.
문제의 발단은 2022년 기정원의 노사 간 임금 협상 결렬로 시작됐다. 기정원은 이로 인해 연내 인건비 집행이 어려울 것으로 여기고, 사고이월에 해당하는 불가피한 사유로 판단해 2022년 말 지출원인행위를 실시해 인건비 5억8500만 원을 예수금 계좌로 이체했다. 기정원은 이듬해 초 노사합의를 통해 기본연봉(정액인상분)을 확정한 후 이월한 인건비를 모두 정산해 기본연봉과 성과연봉, 수당 등으로 처리했다.
하지만 중기부 감사관실은 ‘2022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 따라 복리후생비 및 직책수행경비와 같은 인건비성 경비는 이월 범위에서 제외하고 있고, 국가 예산이 회계연도 독립 및 현금주의에 기초하고 있어 매달 지급되는 인건비를 이월 지급하는 것은 부적정한 것으로 판단했다. 기정원의 인건비 이월 집행이 ‘국가재정법’을 위반한 것으로 봤다.
이에 대해 기정원은 해당 인건비가 이월 집행이 가능한 경비라고 판단해 이월을 시행한 것이라 주장했으나 이때 필요한 관련 절차도 준수하지 않았다.
예산의 사고이월을 위해서는 지출원인행위를 실시하고 집행하지 못한 경비에 대해 이사회의 사전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지출원인행위는 세출예산, 계속비, 국고채무부담행위 및 기금운용계획에 의해 추가의 지출원인이 되는 계약 등을 행하는 것을 말한다.
기정원은 지출원인행위만 실시한 후 이사회의 승인 없이 인건비 예산을 이월했다. 또 국가재정법과 예산운용지침에 따라 예산을 이월할 때는 이월명세서를 작성해 이월한 연도의 1월 31일까지 기재부 장관과 기정원의 주무기관인 중기부 장관, 감사원장에게 보고해야 함에도 기정원은 아무런 보고를 하지 않았다.
중기부 감사관실은 “인건비가 이월 가능 경비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기정원은 이월 집행에 필요한 절차를 이행하지 않아 국가재정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아울러 기정원장에게는 인건비를 이월 집행한 관련자 2인에게 주의 촉구를 주문하고, 노사 간 임금 협상을 연내 마무리해 인건비를 이월 집행하는 일이 없도록 인건비 집행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기관경고 조치를 내렸다.
한편 기정원은 최근 2년간 150억 원 전후의 급여와 19억 원 전후의 복리후생비를 지출했다. 직원 1인당 평균 보수는 6100여만 원이다. 기정원은 2016년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의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종합청렴도 2등급(외부청렴도 3등급, 내부청렴도 2등급)으로 측정된 바 있다. 이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최근년도 지속적 청렴 우수기관 지정’을 이유로 청렴도 측정에서 제외됐으며 2022년 평가에서 종합청렴도 3등급(청렴체감도 2등급, 청렴노력도 4등급)으로 평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