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분산'…기업 수도권 선호
막대한 필요 전력량 확충도 문제
국내 기업들 데이터센터 구축 박차
'탄핵정국'에 예산증액 논의 중단
인공지능(AI)의 핵심 인프라인 ‘AI 데이터센터(AIDC)’ 수요가 폭주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AI 학습을 위해 대규모 데이터를 분석·저장·검색하는 컴퓨팅 자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에선 데이터센터 공급이 저조한 실정이다. 업계에선 인프라가 부족해 AI 역량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9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국내 AIDC의 수요와 공급 간 격차가 점점 확대될 전망이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2029년까지 신규 데이터센터 수요는 732개이며 소요 전력 용량은 4만9397MW로 집계했다. 그러나 2023년 12월 말 기준으로 국내 설립된 데이터센터는 153개뿐이다. 지금보다 4배 이상의 데이터센터가 추가로 필요한 셈이다.
AIDC 공급이 부족한 이유 중 하나는 필요한 부지를 확보하지 못해서다. 국내 데이터센터의 70% 이상은 서울, 판교, 광명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 정부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선 고객사가 적은 수도권에 AIDC를 세우는 건 실효적이지 않다고 지적한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와 고객사 간 거리에 따라 네트워크 속도나 연결 등이 영향을 받는다”며 “지역에 데이터센터를 세워도 고객사가 수도권에 있으면 거리의 차이만큼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분산법 ‘전력계통영향평가’에 수도권 AIDC 건립이 막힌다. 이건 오히려 고객사의 니즈(수요)에 맞지 않는 거다”라고 덧붙였다.
더 큰 문제는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을 확충하는 일이다. AIDC는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고성능 컴퓨팅 장치로 방대한 데이터를 반복적으로 작업해야 해 더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한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향후 2년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160%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2027년까지 AIDC 40%는 전력 가용성 문제를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국내 기업들도 데이터센터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텔레콤은 미국 GPUaaS 기업 ‘람다’와 서울에 AI데이터센터를 설립한다. SKT는 AI데이터센터에 배치할 GPU를 수천 대 이상 확보할 계획이다. KT는 자회사 KT클라우드는 고집적·고효율 차세대 냉각기술을 적용한 백석 AIDC를 개관했다. KT클라우드는 백석 AIDC와 기존 7개 수도권 데이터센터를 연계한 통합 운용체계를 구축해 ‘원 DC’ 네트워크를 이뤘다. LG유플러스는 경기도 파주에 하이퍼스케일급 신규 IDC 건립을 계획하고 있다. 파주 IDC는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AI와 빅데이터에 최적화한 데이터센터로 설계됐다.
한편, 정부의 ‘국가AI컴퓨팅센터’ 예산 증액 논의는 대통령 탄핵 정국에 멈췄다. 국가AI컴퓨팅센터는 정부가 민간에 GPU 등 AI 인프라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국가AI컴퓨팅센터 예산 증액에 대해 국회와 논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으나, 최근 ‘탄핵’ 정국에 협의가 중단된 것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해당 예산이 증액 예산이기 때문에, 그 증액분은 현재 국회에서 반영이 안 돼 있다”며 “국회에서 추경하겠다고 발표한 후에야 논의가 진행될 것 같다. 근데 아직 국회 상황이 그런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가AI컴퓨팅센터 예산은 원래 편성된 게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