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달러는 기회”…‘매파’ 연준에 환테크 기대감 커진 개미들

입력 2024-12-19 16:18 수정 2024-12-1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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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가파르게 오르자, 달러 ETF 자금 유입↑
서학개미는 환차익 기대감에 환호성
증권가 “당분간 강달러 유지될 듯”

▲그래픽=김소영 기자 sue@
▲그래픽=김소영 기자 sue@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지연 전망에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자, 투자자 이목이 ‘환테크’(환율+재테크)에 쏠리고 있다. 동학개미(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는 달러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고, 서학개미(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는 환차익 기대감에 미국 주식 투자를 늘리며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사이 개인투자자는 ‘TIGER 미국달러SOFR금리액티브(합성) ETF’를 106억 원 순매수했다. 10월 한 달간 개인투자자가 25억 원 가까이 순매도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 ETF는 미국 무위험지표금리(SOFR)를 기초지수로 삼는다. 달러 투자 효과뿐 아니라 매일 SOFR 금리만큼 수익이 누적된다는 점에서 더욱 인기를 끌었다.

이이 외에도 같은 기간 ‘KODEX 미국달러선물인버스2X ETF’(116억 원 순매수)와 ‘KODEX 미국달러SOFR금리액티브(합성) ETF’(55억 원) 등 대다수 달러 관련 ETF에서 자금 유입세가 포착됐다.

달러 ETF의 인기는 최근 강달러 분위기가 고조된 점이 영향을 미쳤다. 특히 비상계엄 사태 이후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점이 투자심리를 불태운 시발점이 됐다.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1402.9원에 마감했던 원‧달러 환율이 비상계엄 사태 직후인 4일 새벽 야간거래에서 1440원을 넘어서기도 해서다.

실제 이에 TIGER 미국달러SOFR금리액티브(합성) ETF에는 계엄 사태 이후인 4일부터 이날까지 12일 거래일 동안에만 55억 원에 가까운 자금이 유입되기도 했다.

최근 국내 증시 부진으로 개인투자자들이 미국 증시로 몰려간 가운데, ‘킹달러’ 현상은 서학개미들도 쾌재를 부르게 했다. 연일 최고치를 경신한 미국 증시 활황에 더해 환차익 기대감까지 커진 덕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1186억 달러에 달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해 투자 수익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크다.

예컨대 환율이 1달러당 1000원일 때 1주에 100달러인 종목을 1주 샀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투자자는 총 10만 원어치의 주식을 보유하게 된다. 이후 환율이 급등해 1달러당 1500원이 된다면 종목의 주가가 그대로여도 투자자는 총 15만 원어치의 주식을 갖게 되고, 주가가 상승했다면 시세 차익까지 더해진다.

만일 주가가 90달러로 하락했다고 해도 투자자는 총 13만5000원어치의 주식을 보유해 환차익만으로 손실을 메꿀 수도 있다. 실제 간밤 뉴욕증시가 FOMC의 내년 금리 인하 속도 조절 가능성에 하락세를 맞이했지만, 환차익으로 손실을 방어했다는 투자자들이 많았다.

간밤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 입장에 증권가는 달러 강세 현상이 당분간 더욱 짙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압도적이다. 18일(현지시간) 연준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예상대로 0.25%포인트(p) 내리긴 했지만, 내년 금리 인하 횟수를 기존 4번에서 2번으로 줄이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 초반 15년여 만에 1450원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연간 전망에서 달러 지수, 원‧달러 환율 궤적으로 ‘상고하저’를 제시한다”며 “연말 연초 트럼프 대통령 취임과 맞물린 강달러 이후 달러 지수의 순환적 하락을 전망하며, 적어도 상반기까지 달러 지수의 견조한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취임 이후 연준의 정책 스탠스는 지금보다도 더 신중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경기 하방 압력에 대응해 당분간 금리를 계속 내릴 수밖에 없는 다른 국가들과의 정책 격차는 더 벌어지면서 달러 강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물론 일각에서는 현재를 달러 고점으로 보는 의견도 나온다. 인버스 ETF인 KODEX 미국달러선물인버스2X ETF가 인기를 끈 흐름과 같이 곧 안정세를 찾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채권금리, 달러화 레벨업이 금리인하 속도 조절 과정에서 과도한 매파적인 스탠스를 선반영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채권금리, 달러화 상승추세 전개 가능성은 낮다”며 “미국 증시도 단기 변동성은 감안해야겠지만, 추가 급락은 제한적일 전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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