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가 '연말'을 보내는 방법이라는데…내가 해본 건 몇 개? [솔드아웃]

입력 2024-12-19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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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화제 되는 패션·뷰티 트렌드를 소개합니다. 자신의 취향, 가치관과 유사하거나 인기 있는 인물 혹은 콘텐츠를 따라 제품을 사는 '디토(Ditto) 소비'가 자리 잡은 오늘, 잘파세대(Z세대와 알파세대의 합성어)의 눈길이 쏠린 곳은 어디일까요?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기념일, 크리스마스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크리스마스는 당초 기독교 문화에서 비롯됐습니다. 성탄절(聖誕節)이라는 뜻도 '예수(성인)가 태어난 날'을 기리는 건데요. 시간이 흐르면서 종교적인 의미를 넘어 전 세계에서 가족과 연인들이 함께하는 특별한 날로 자리 잡았죠.

여기에 한 해를 탈 없이 마무리하고 새해를 환영하는 연말연시 분위기까지 더해지면서 크리스마스로부터 한 주간은 따뜻함이 가득하곤 합니다. 잘 쓰지 않던 카드에 괜히 눈길이 가고, 작은 선물을 건네거나 메신저로 소소한 안부 인사를 건네게 되죠.

이 중 눈길을 끄는 건 Z세대의 움직임입니다. 이전엔 없던 연말 문화가 자리 잡는가 하면, 특별한 방법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소소하지만 내 '추구미'를 확실하게 각인할 기회로도 여겨지는 모습입니다.

▲(출처=롯데백화점·현대백화점 인스타그램 캡처, 신세계백화점 제공)
▲(출처=롯데백화점·현대백화점 인스타그램 캡처, 신세계백화점 제공)

포토존에서 인증샷 잔뜩 vs 맘 편한 홈파티…당신의 선택은?

유통업계도 연말 특수를 노리고 총력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일단 달아오를대로 달아오른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띄우고 있는데요. 국내 주요 백화점들은 올해도 각양각색의 크리스마스 장식을 공개하며 소비자들의 발길을 붙잡았습니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잔디광장은 '크리스마스 마켓'이란 콘셉트 아래 형형색색의 테마 상점으로 가득 찼습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물씬 더해주는 오너먼트 장식부터 소품, 액세서리와 간식까지 다양해 연말 유럽 거리를 걷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요.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 회전목마까지 더하면서 인증샷을 안 찍을 수 없게(?) 만들었죠. 트리의 높이는 22m에 달합니다. 여기에 소원을 적어 걸 수 있는 '소원의 벽', 빈티지한 감성 가득한 엘리베이터도 준비돼 있습니다.

여의도 더현대 서울은 '움직이는 대극장'을 주제로 18세기 유럽의 정취를 구현해냈습니다. 5층 사운즈 포레스트에서 현대백화점의 크리스마스 대표 캐릭터인 아기곰 해리와 함께 최고의 쇼가 펼쳐지는 대극장을 찾는 모험을 떠날 수 있는데요. 유럽 동화 속 서커스 마을을 연상케 하는 대형 텐트와 열기구 모형 에어벌룬으로 눈을 뗄 수 없는 볼거리가 준비됩니다. 올해는 '키네틱 아트'(움직이는 조형물)로 웅장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까지 형성했습니다.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크리스마스의 순간들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외관에 미디어 파사드를 선보입니다. 농구장 3개 크기인 1292㎡의 초대형 디지털 사이니지(공공장소나 상업 공간에 설치되는 디스플레이) '신세계스퀘어'를 통해 신세계 본점이 신비로운 크리스마스 성으로 변하는 모습이나 밤하늘에 화려한 조명으로 장식된 놀이공원, 크리스마스 마을에 펼쳐진 대형 트리 등을 볼 수 있죠.

롯데·현대·신세계백화점 등 '빅3' 백화점이 매년 선보이는 크리스마스 장식은 단순 마케팅을 넘어 사활을 걸어야 하는(?) 대전이 됐습니다. 크리스마스 장식 기획부터 공개까진 1년이 꼬박 걸리는데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소비자들 사이 핫플레이스로 입소문을 타면 방문객 증가부터 백화점 이미지 상승효과까지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갈고 공개하는 특별한 이벤트인 만큼 소비자 반응도 뜨겁습니다. 지난해 연말 신세계스퀘어에는 100만 명에 육박하는 국내외 방문객들이 찾아왔고, 더현대 서울의 'H 빌리지'엔 두 달간 약 50만 명이 방문할 정도로 흥행했습니다. 올해도 인생샷을 찍으려는 이들로 백화점이 북적이고 있죠.

백화점만 연말 특수를 노리는 건 아닙니다. 연말 기념 약속이 이어지는 시기인 만큼 서울 시내 특급 호텔은 뷔페 메뉴와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했습니다. (가격도 크게 올랐지만요.) 백화점, 마트에서도 다양한 선물 세트를 준비하는 등 각종 행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다만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로 연말 특수가 예년 같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여기에 고물가, 내수부진 등 위험 요인이 남아 있어 소비 시장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죠.

이에 고가의 호텔 뷔페, 미슐랭(미쉐린) 스타를 받은 레스토랑 등 외식이나 호캉스(호텔+바캉스)보다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연말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홈파티 수요도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유통업계도 이에 맞춰 집에서 간편히 즐길 수 있는 밀키트 파티 제품들을 출시하고, 신선제품, 생필품 등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할인전을 열고 있죠.

▲기자의 올해 '최애' 게임과 아티스트는 '모여봐요 동물의 숲', 포스트 말론으로 나타났다. (출처=유튜브, 스포티파이 앱 캡처)
▲기자의 올해 '최애' 게임과 아티스트는 '모여봐요 동물의 숲', 포스트 말론으로 나타났다. (출처=유튜브, 스포티파이 앱 캡처)

'연말 결산' 서비스도 인기…"내 취향 전시해볼까?"

연말을 오프라인에서만 기념한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입니다.

Z세대는 디지털 시대에 태어나 디지털 기술과 함께 자란 첫 번째 세대입니다. 스마트폰 등 정보통신(IT) 기술에 능숙하고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X(옛 트위터),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과 동영상 플랫폼 이용에도 거리낌 없죠.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이 같은 디지털 기술을 통해 새로운 문화와 가치를 적극적으로 만들고 향유하는 세대라는 겁니다.

이에 연말을 기념하는 문화도 조금은 다른 형태를 보이는데요. 디지털 서비스를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도 사용하곤 하죠.

세계 최대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는 연말마다 '랩드'(Wrapped)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매년 각 청취자의 음악 감상 이력 및 취향을 분석해 한 해 가장 즐겨 들은 음악과 가수, 장르, 스트리밍 시간 등 개인 맞춤형 데이터를 제공하죠.

스포티파이는 2015년 음원 스트리밍 업계에서 처음으로 개인화된 연말 결산 데이터를 제공하면서 전 세계 음악 팬과 청취자에게 한 해를 마무리하는 대표적인 연말 서비스가 돼줬습니다. 자신의 최애 곡, 최애 아티스트를 인스타그램 등 SNS 계정에 쉽게 공유할 수도 있죠.

유튜브도 개인화 정보 분석 서비스인 '리캡'(Recap)을 제공합니다. 사용자가 가장 즐겨 보거나 즐겨 들은 게임 콘텐츠와 음악을 살펴볼 수 있는데요. 국내 음악 서비스 중에선 멜론의 '마이 레코드' 등이 있습니다.

SNS에서 큰 공감을 얻은 밈 하나가 있죠. "알고 계셨나요? 여러분이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음악을 올려도 아무도 그걸 듣지 않습니다!" 이 밈엔 다수가 공감하면서도 "대신 '얘는 이런 음악 취향을 가졌구나' 이런 생각은 한다", "음악을 듣다가 그냥 너무 좋거나 벅차올라서 올린다. 딱히 누군가에게 보고 들으라고 올리는 건 아니다", "내 취향 전시용", "덕심을 인증받는 것" 등의 댓글이 달렸죠.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의 연말 결산도 단순 '노래 추천'에 목적을 두진 않습니다. '난 이런 음악을 들어'라는 자기표현에 초점을 두는데요. 추구미와 실제 즐겨 들은 노래가 사뭇 달라, SNS에 차마 결과를 공유하지 않은 이들도 수두룩할 겁니다.

연말 결산 기능은 네이버 블로그, 티스토리에서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 블로그의 '2024 마이 블로그 리포트'에선 자신의 블로그홈 데이터를 기반으로 탐험가 마을부터 트렌드 세터 마을까지 7가지 종류의 마을로 블로그 스타일을 명명해줍니다. 티스토리는 34개의 질문으로 한 해를 돌아보는 '티스토리 연말 결산 캘린더' 서비스를 제공하는데요. 하루에 한 가지 질문에 대해 고민해보면서 한 해를 어떻게 보냈는지 돌아볼 수 있죠.

▲(출처=산타파이브 인스타그램 캡처)
▲(출처=산타파이브 인스타그램 캡처)

연말을 꼭 오프라인에서 보내야 하나요?…'사이버 롤링페이퍼' 인기도 쭉

학창 시절 친구들에게 써주곤 했던 롤링페이퍼도 여전히 인기입니다. 대신 사이버 공간에서 말이죠.

2021년 서비스를 오픈한 '내 트리를 꾸며줘'는 12월이면 친구들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서 한 번씩 꼭 볼 수 있는 연례행사(?)가 됐습니다. 자신의 크리스마스 트리 링크를 공유하면, 지인들이 해당 링크에 접속해서 익명으로 편지를 써주는 서비스입니다. 12월 25일 이후부터 열람할 수 있어 타임 캡슐과도 같은 느낌을 주죠. '백꾸'(가방 꾸미기), '탑꾸'(탑로더 꾸미기), '신꾸'(신발 꾸미기) 등 각종 '꾸미기'가 유행인 요즘엔 '트꾸'(트리 꾸미기)라고도 불립니다.

이 밖에도 한 해를 마무리하며 인스타그램, 블로그에 자연스러운 일상이 담긴 사진 여러 장을 올리는 '포토 덤프'(Photo dump)가 유행하고, 과거 연필로 꾹꾹 눌러 쓰곤 했던 백문백답이 블로그를 통해 다시 등장해 눈길을 끄는데요. 과거완 다른, 디지털화된 일상 형태를 중심으로 연말 문화까지 변화하는 추세입니다.

이처럼 연말을 '자기표현'의 기회로 삼고, SNS를 통해 자신만의 연말을 기념하는 Z세대인데요. 글로벌 소비자 인텔리전스 기업 닐슨아이큐가 발간한 'Z세대 소비행동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엔 Z세대가 약 12조6000억 달러(한화 약 1경8291조 원)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소비력을 갖춘 세대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이들이 미래 소비 시장 주축이 된 이후 연말 문화에도 관심이 쏠리는데요. 당장 새해엔 또 어떤 디지털 문화가 등장하게 될지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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