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시장 법안 거부는 당연…野는 생트집 삼가야

입력 2024-12-19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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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9일 6개 쟁점 법안을 재의해달라고 국회에 요구했다.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다. 국회로 돌려보낸 법안은 양곡관리법, 농수산물유통 및 가격안정법, 농어업재해대책법, 농어업재해보험법, 국회법,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이다. 한 권한대행은 임시국무회의에서 “국가적으로 매우 엄중한 상황에서 과연 어떠한 선택이 책임 있는 정부의 자세인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고민과 숙고를 거듭했다”면서 “헌법 정신과 국가의 미래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결심하게 됐다”고 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는 2004년 고건 당시 권한대행 이후 두 번째다.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6개 법안을 강행 처리한 더불어민주당은 “입법권 침해”(조승래 수석대변인)라며 반발했다. 막말에 가까운 거친 반응도 없지 않다. 조 수석대변인은 “내란 세력의 꼭두각시 노릇” 운운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내란 부역으로 판단되는 즉시 끌어내릴 것”이라고 했다. 탄핵 추진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사안에 어울리지 않는 저급하고 과격한 반응이다.

6개 법안은 반시장·반국익 논란을 부른다는 공통점이 있다.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오죽하면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6단체가 들고일어나 “기업 경영 활동과 국가 경쟁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비판 성명을 냈겠나. 기업과 경영인을 국회 수족으로 묶는 내용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국회가 영업비밀과 개인정보를 요구해도 기업은 거부할 수 없다. 총수의 해외 출장 중엔 화상으로라도 증인 출석을 해야 한다. “중국 등 전 세계 경쟁사들이 좋아할 법”이란 쓴소리까지 나왔다.

농업 4법도 시장 질서 훼손이 불가피해 큰 걱정을 샀다. 한 권한대행은 “국회의 입법권과 입법 취지는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면서도 개별 법안을 거부하지 않을 수 없는 사유를 제시했다. 특히 양곡관리법에 대해서는 “고질적인 쌀 공급과잉 구조를 고착화해 쌀값 하락을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쌀 생산 확대로 시장 기능 작동이 곤란해진다”고 했다. 보태고 뺄 것이 없다.

6개 법안에 대한 민주당 생각은 물론 다를 수 있다. 그렇다면 국민이 훤히 지켜보는 국회 단상에서 행정부 책임자들이 어떻게 잘못 생각하는지를 명쾌하게 설명하고 다시 표결 대결을 벌여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끌어내면 될 일이다. 그렇게 되면 한 권한대행이 아니라 천하의 그 누구도 법안 시행을 막을 수 없다. 설혹 의석 분포상 본회의 통과에 필요한 3분의 2 선을 넘지 못한다 해도, 민주당이 당당하고 설득력 있게 논리를 전개하면 많은 국민이 민주당 편에 설 것이다. 수권정당을 자임하는 거대 야당으로선 당연히 가야 할 길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유력 의원들은 엉뚱하게도 다른 선택을 하고 있다. 한 권한대행과 행정부를 고압적으로 밀어붙이는 최악의 선택이다. 탄핵 협박도 일삼는다. 점령군 놀음, 완장 놀음을 하는 것인가. 생트집 공방을 지켜보는 대한민국 유권자들은 안중에 없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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