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치솟는 환율에 비명 지르는 中企

입력 2024-12-1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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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1300원 수준에서 출발한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가볍게 넘고 150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공포감이 확산하면서 중소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통상 수입기업은 물건을 들여오기 수개월 전에 계약한다. 그새 환율이 오르면 수입가격이 그만큼 상승한다. 환헤지에 손을 놓고 있는 중소기업이 대부분이라 원화값 변동은 환차손으로 이어진다.

당장 몇 달은 기존에 사놓았던 원·부자재로 버틸 수 있겠지만, 언젠가 오른 환율로 자재를 구매해야 하는데 환율 1450원(19일 기준)을 적용하면 연초보다 11%나 오른 자재비를 감당해야 한다. 대부분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부품을 납품하거나 유통기업에 물건을 공급하는 처지인데, 원·부자재 가격이 오른 만큼 공급가를 올리기가 쉽지 않다. 임시 대응책으로 마진율을 낮추는 선택밖에 할 수 없는 셈이다.

보통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품의 외화표시가격이 낮아져 수출기업에 유리하지만, 안심할 수만은 없다. 원·부자재를 수입해 가공 후 수출하는 기업이 많은데 원·부자재 가격이 올라 채산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 선박, 철강, 석유화학 기업이 대표적이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아직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앞으로가 문제다. 노무라증권은 내년 우리나라 경제가 ‘상저하고’의 흐름을 보이면서 1.7%의 성장률을 기록할 거로 전망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 강세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을 고려했을 때 내년 2분기에서 3분기에 1500원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계엄 사태와 이어진 정국 불안 국면에서 환율이 1440원대까지 상단을 높인 것과 관련, 기존 환율 전망에 대한 확신을 얻게 됐다고 주장한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환율 급등락에 대응하기란 쉽지 않다. 중소기업들은 과거 ‘키코 사태’의 트라우마로 환헤지를 꺼리고 있지만, 어떤 식으로라도 자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원료 수입 후 완제품을 수출하는 한 업체는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화를 원화로 환전하지 않은 상태로 유지하는 식으로 강달러에 대응하고 있다고 한다. 어떤 기업은 평소에 재고량을 늘려놓고 환율이 상승할 때를 기다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환율 상승에 대한 제대로 된 대응으로 보기는 힘들다.

일부 은행들이 환율 상승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한 대형 은행은 원화값 하락과 달러값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입업 종사 중소기업들을 위해 ‘중소기업 금융지원’을 실시하기로 했다. 중소기업 중 수입기업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는 신용장에 대한 만기연장 및 결제자금 지원에 대한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이들 기업과의 상생을 위해 주요 금융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신한은행은 신용장 만기가 도래하는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만기연장 기준을 완화해 줄 예정이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제조 중소기업의 영업이익에서 환차손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최대 25%에 달한다. 환율 변동 대응에 실패하면 영업이익의 4분의 1이 사라진다는 얘기다.

중소기업과 정부, 한국은행, 금융사 등 전방위적인 환율 대응책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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