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창] 송구영신 (送舊迎新)

입력 2024-12-19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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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성 서예가ㆍ한국미협 캘리그라피 분과위원장

다사다난이라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할 만큼 큰 충격과 혼란 속에 한 해가 저물고 있다. 본시 연말이 다가오면 시간의 빠름에 탄식하며 이루지 못한 꿈과 지키지 못한 계획들에 아쉬워하고 별일이 없음에도 동동거리며 허둥대는 모양새가 피차 다르지 않을 것이다.

특히 올해 연말은 요동치는 정국 속에 자영업자를 비롯하여 많은 분들이 더욱 허허롭고 추운 계절이 될 것이라 짐작된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동안 여러 번의 위란지세에도 지혜와 간절한 마음을 모아 희망의 불씨를 되살리며 난국을 헤쳐 왔던 저력이 있으니 작금의 어려움도 잘 이겨내고 빠른 안정을 찾으리라 기대해본다.

우리 조상들은 동지가 한 해를 정리하는 날이라 여기며 세시풍속을 기반으로 동지팥죽을 쑤어 액운을 막고 다가오는 새해의 축원과 번영을 기원하였다.

동지팥죽의 따스함으로 이웃을 살피고 서로 인사와 온정을 나누며, 얼어붙은 계절이 지나고 찾아올 새로운 생장과 희망으로 이해와 배려가 넘쳐나는 밝고 따스한 세상을 만들어 나갔다.

이밖에 새해의 복을 불러오는 연날리기나 세찬 나누기, 연하장 나누기 등으로 묵은해를 보내드리고 새해를 맞이하였다.

연하장(年賀狀)은 새해를 축하하는 의미로 길어(吉語)나 덕담을 적어 연말연시에 친지 등에 보내는 간단한 서찰이다. 새해가 되었을 때 부모나 친지, 친구 등에게 직접 새해인사를 하러 가지 못할 경우, 아랫사람을 시켜 문안의 서찰을 보내는 풍속이 있었는데, 이것이 연하장의 기원이다.

이러한 풍속은 구한말(舊韓末) 이후 우편제도가 생겨나면서 점차 사라졌으며 오늘날과 같은 새해 축하인사를 위한 연하전보 및 연하우편이 등장하게 되었다.

특히 인터넷이 일상생활에 깊숙이 들어온 현재는 연하장을 주고받는 모습도 많이 달라졌으니 클릭 몇 번으로 간편히 보낼 수 있는 인터넷 연하장이나 영상 등으로 다양해졌다. 서양에 크리스마스카드가 있다면 우리에겐 연하장이다.

다소 번거롭게 느껴져도 정갈한 벼루에 맑은 먹물을 적셔 한 붓 한 붓 써내려간 연하장을 감사한 분들에게 전하는 아름다운 풍속이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연하장의 문구로는 근하신년(謹賀新年)이나 송구영신(送舊迎新·사진)도 좋지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등의 진솔한 마음을 담은 글이면 족할 것이다.

송구영신은 “옛것을 보내고 새로운 것을 맞이한다”는 의미로 묵은해를 돌아보며 감사와 반성을 하고, 새해의 희망과 출발을 위한 다짐을 담고 있으니 그 자체로 새해를 맞이하는 중요한 의식이 되었다.

2025년 청사(靑巳)의 해를 맞이하여 독자 여러분들도 지난 한 해의 아쉬운 일들은 모두 보내고 새해에는 더 큰 행복이 가득하시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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