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커버드본드' 속도…장기 고정금리 주담대 늘까

입력 2024-12-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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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4-12-23 18:4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올해 8월부터 이달까지 국민ㆍ신한ㆍ하나
5ㆍ10년물 커버드본드 1조6000억 발행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 확대' 달성은 요원
금리인하기 수요 없어 상품 출시 어려울 것

은행권에 원화 지급보증부 커버드본드(이중상환청구권부 채권) 발행이 확산하고 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에 이어 하나은행이 첫 커버드본드 발행에 나섰다. 내년 1분기에는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이 커버드본드 발행 대열에 합류할 예정이다. 커버드본드를 통한 장기 자금 조달이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확대’라는 금융당국의 정책적 목표 달성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시장 관심이 쏠린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하나은행은 주택금융공사 지급보증을 통해 1800억 원 규모의 5년물 원화 커버드본드를 발행했다. 금리는 연 2.95%이고 만기는 2029년 12월 18일이다. 고환율 등으로 대내외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미리 유동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조치로 풀이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자금 조달 능력을 높이고 고정금리 대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발행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커버드본드는 은행 등 금융기관이 보유한 우량자산(주택담보부채권, 국채 및 지방채증권) 등을 담보로 발행하는 장기채권이다. 장기 고정금리 대출의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은행들이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를 적극적으로 취급하도록 커버드본드 발행을 독려해왔다.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 취급 규모가 커지면 대출 기간 금리 상승에 따른 소비자의 이자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올 5월 말 금융위가 은행이 발행한 커버드본드를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지급보증하는 서비스를 개시한 이후부터 은행권에 커버드본드 발행이 확산하기 시작했다.

앞서 국민은행은 8월 13일 5년물과 10년물 원화 지급보증부 커버드본드를 각각 2000억, 1000억 원 규모로 발행했다. 같은 날 신한은행은 3000억 규모로 10년물 원화 지급보증부 커버드본드를 발행했다. 이후 국민은행은 총 7000억 원 규모의 5년물 커버드본드를 9월과 10월, 이달까지 세 차례에 걸쳐 발행했고, 신한은행은 9월 5년물 커버드본드를 2000억 규모로 한 차례 더 발행했다.

NH농협은행은 내년 1분기 중 1500억 원 규모 원화 지급보증부 커버드본드 최초 발행을 목표로 프로그램을 설정 중이다. 우리은행도 내년 1분기 중 첫 지급보증부 커버드본드 발행에 나선다.

관건은 이 같은 커버드본드 발행이 당국의 취지대로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 취급 확대’로 이어지느냐다. 은행권에서는 이와 관련해 아직 뚜렷한 움직임이 포착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신한은행만 유일하게 올해 8월 원화 지급보증부 커버드본드를 발행하면서 10년 주기형 주담대를 출시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내년 예정된 커버드본드 발행에 대해 “관련 (장기 고정금리) 상품 출시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고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NH농협은행 관계자 역시 “커버드본드로 조달한 자금이 주담대 등 상품 취급에 사용될 예정이지만, 별도의 상품 출시를 위한 자금조달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금리 인하기에 접어든 탓에 은행이 장기물 커버드본드를 발행할 유인이 적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금융소비자들 사이에서 고정금리보다 변동금리 대출상품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커버드본드를 통한 자금 조달 필요성이 크지 않아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시기라 기존에 출시한 10년 주기형 주담대의 취급액도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수요가 없어 추가적인 장기 고정금리 대출 상품 출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토로했다.

은행권이 5년물 발행에만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도 금융당국의 정책 목표 달성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금융당국은 은행이 만기 10년 이상의 커버드본드를 발행하는 경우 원화예대율 규제 완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지만, 지금까지 발행된 커버드본드 총 1조6800억 원 중 10년물은 4000억 원에 불과하다. 만기가 길수록 은행이 감당해야 할 유동성·금리변동 리스크가 커지는 탓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5년물의 경우, 은행채 발행도 많기 때문에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 활성화를 위해 10년, 15년, 30년 등 만기가 긴 커버드본드 발행 움직임을 (은행권에)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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