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미국 CIT그룹이 채권단으로부터 30억 달러의 자금을 지원받기로 했지만 파산보호 신청 가능성이 재차 고조되면서 원ㆍ달러 환율이 이 재료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할 것인지에 주목해야 한다.
CIT그룹은 전날(21일 현지시간) 공시를 통해 채권단이 제공키로 합의한 30억 달러의 자금은 파산보호 신청 위기를 벗어나는데 충분치 않다고 밝혔다.
또 내달 17일 만기가 도래하는 10억 달러 규모의 변동금리부 사채를 상환해야 하며 채권자들에게도 달러당 82.5센트를 지급하겠다고 제안한 상태다. 채권자들이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파산보호를 신청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 달러화는 이 소식에 그간 약세를 마감하고 주요 통화 대비 일제히 강세로 돌아섰다.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은 지난 6거래일간 모두 66.50원 떨어졌다. 그동안 뉴욕증시가 2분기 어닝시즌 잔치 속에 역외 환율이 급락하고 코스피가 호조를 보인 데다 외국인 주식 순매수세가 지속되면서 환율 하락을 이끌었다.
그러나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 '갭다운' 출발 이후 결제 수요 및 역외 달러화 순매수가 가세한 영향으로 장중 꾸준하게 낙폭을 줄인 결과 약보합권에서 거래를 마쳤다.
수급 측면에서는 적어도 역내외 참가자들이 환율의 추가 하락 기조가 지속되기 힘들다고 판단한 셈이다. 시장 분위기가 달러화 약세로 완전히 돌아서면서 하락 재료보다 상승 재료에 상대적으로 민감할 수 밖에 없었던 환경이었다.
따라서 이날 원ㆍ달러 환율은 양호한 기업실적 발표와 낙관적인 경기 전망에 힘입은 뉴욕증시의 7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에도 CIT그룹의 파산 가능성 우려에 민감한 시장, 낮아진 레벨 부담 등으로 낙폭이 제한될 전망이다.
시중은행권의 한 외환 딜러는 "그동안 빠르게 저점을 낮춰가던 환율이 1250선 부근에서 레벨 경계감에 제동이 걸린 모습"이라며 "미 증시 랠리 지속에 따른 투자심리 호전 분위기는 이어가겠지만 지난주와 같은 급락세를 연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국계은행 외환 딜러도 "달러화에 대한 저가 매수 심리도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 회복으로 가려졌을 뿐 역내외 참가자들 모두 꾸준한 편"이라며 "장중 환율 상승을 지지하는 재료가 부각될 경우, 전날에 이어 1250선 중후반까지 올라설 가능성도 염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딜러는 "전날에도 실적을 발표한 국내외 기업들이 대부분 양호한 성적표를 시장에 내놨고, 버냉키 연준 의장이 경기에 대해 낙관적인 발언을 내놓은데다 출구전략보다는 경기회복에 여전히 초점을 두고 있어 원화값 강세 기조는 여전히 유지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