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금리 인하에 대출 증가 우려
당국 내년에도 가계부채 기조 유지
주요 시중은행이 연말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높였던 대출 문턱을 조금씩 낮추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30일부터 판매를 중단했던 비대면 직장인 신용대출 상품 판매를 재개했다. 내년 1월 2일부터는 취급을 중단했던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다시 취급한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낮춘다. 23일 신청분부터 주기형(5년) 주담대 우대금리를 0.1%포인트(p) 확대할 방침이다.
앞서 신한은행은 17일부터 미등기된 신규 분양 물건지에 대한 전세자금대출과 1주택 보유자에 대한 전세자금대출을 각각 재개하기로 했다.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담대 한도도 1억 원에서 2억 원으로 상향했다.
하나은행도 12일부터 내년 대출 실행 건에 한해 비대면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판매를 재개했다. 우리은행은 비대면 가계대출 판매 중단을 23일 해제할 예정이다.
은행들이 다시 가계대출 문턱을 낮춘 이유는 해가 바뀌는 내년부터는 가계대출을 내어줄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일차적으로 연간 취급 목표액을 제시한다. 앞서 올해 8월 시중은행은 이미 연간 가계대출 목표치 100% 초과 달성하면서 하반기 대출 절벽으로 이어진 바 있다. 해가 바뀌는 만큼 은행의 연간 목표액도 새롭게 바뀌기 때문에 다시 대출을 내줄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시중은행들이 중단했던 가계대출을 일부 완화했지만, 금융당국은 내년에도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전일 기준 금리를 0.25%p 추가 인하하면서 시장금리도 내려갈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특정 은행이 가계대출 목표치를 지키지 않을 경우 이듬해 대출 한도를 줄이는 일종의 패널티를 도입할 계획이다. 내년 7월에는 모든 금융권 가계대출에 가산금리를 부여하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도 시행할 계획이다.
은행들도 가계대출 문턱을 낮추고 있지만, 유주택자의 주담대 등 투기성 목적이 강한 대출은 내년까지 취급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월별, 분기별로 대출 총량을 관리하면 대출 판매를 중단, 재개를 반복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로 내년에도 은행권의 대출 확대를 기대하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