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고 건조한 겨울철에는 단순 감기부터 인플루엔자, 코로나19 등 각종 바이러스 전파가 증가한다. 특히 호흡기 바이러스는 고령층과 만성폐질환 및 만성 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 폐렴 등 하부 호흡기 감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면역력과 기초체력이 떨어진 고령층은 하기도 감염이 발생하면 입원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증상이 악화할 위험이 크고, 중증 폐렴으로 진행될 경우 환자의 생명까지 위혐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노인성 폐렴은 일반적으로 65세 이상의 환자에게서 발생하는 폐렴을 말한다. 대개 객담, 기침, 고열, 흉통, 호흡곤란 같은 전형적인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지만, 증상이 미미한 경우도 적지 않아 초기에 신속한 진단이 어렵다.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폐렴의 주요 원인균은 폐렴구균(Streptococcus pneumoniae)이며, 이는 국내 성인에서 발생한 세균성 지역사회획득 폐렴의 주요 원인균 중 27%에서 69%까지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폐렴구균은 폐렴뿐 아니라 혈액이나 뇌수막을 침투해 수막염 등의 침습성 질환도 유발할 수 있다. 폐렴구균에 의한 수막염은 신경학적 후유증이 남을 가능성이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폐렴은 2023년 기준 암, 심장 질환에 이어 국내 사망 원인 3위로 파악됐다. 지난해 폐렴으로 인한 연령별 사망률은 10만 명 당 △40대 1.6명 △50대 6.1명 △60대 23.9명 △70대 130.7명 △80대 949.5명으로 50대부터 증가했다. 국가감염병감시체계를 통해 신고된 지난해 폐렴구균 감염증의 발생 건수 중 50대 이상의 비율은 76.5%에 달했다.
폐렴구균 감염을 가장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전략은 백신 접종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국가필수예방접종(NIP) 사업을 통해 생후 2개월부터 5세 미만의 소아와 65세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폐렴구균 백신을 무상 접종하고 있다. 올해 10월 미국질병관리센터(CDC)는 폐렴구균 백신 접종 권고 대상 연령을 기존 65세 이상에서 50세 이상 성인이 포함되도록 변경한 바 있다.
국내 승인된 폐렴구균 단백접합백신은 10가, 13가, 15가 제품이 있으며, 올해 10월 20가 백신이 허가됐다. 20가 백신은 기존 13가 백신에 포함된 혈청형(1, 3, 4, 5, 6A, 6B, 7F, 9V, 14, 18C, 19A, 19F, 23F)에 새로운 7가지 혈청형(8, 10A, 11A , 12F, 15B, 22F, 33F)을 포함해 현재까지 국내 도입 폐렴구균 단백접합백신 중 혈청형 커버리지가 가장 넓다.
개인 위생수칙 준수와 건강한 생활 습관 유지도 폐렴 예방에 도움이 된다.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는 폐렴을 비롯한 호흡기감염증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하고 저렴한 방법으로 ‘손 씻기’를 권장하고 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손을 잘 씻는 것만으로도 감기는 물론 폐렴까지 예방이 되므로 철저히 생활화해야 한다. 또한 학회는 폐렴 발생의 약 3분의 1은 흡연과 관계가 있어 금연이 폐렴의 예방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뇌졸중과 치매 등의 질환이 있는 노인은 흡인 위험을 줄이고, 충분한 영양공급이 이뤄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최천웅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과거에는 만 65세 이상의 고령자를 대상으로 폐렴구균 백신을 접종하는 추세였다면, 최근에는 질환의 위험성을 고려해 CDC에서도 50세 이상이면 폐렴구균 백신을 접종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라며 “호흡기 질환 발병이 높아지는 겨울철에는 고령자이거나 손자녀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면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 백신 접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