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 가처분 신청 근거 법에 없어 vs 탄핵 소추권 오남용”
헌재 “탄핵심판 중 직무정지 해제 가처분 신청 판단 전례 없어”
탄핵심판 대상자가 헌법재판소에 직무정지 해제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인용과 기각 가능성에 의견이 갈리고 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창수 중앙지검장과 최재해 감사원장은 각각 이달 9일과 17일 헌재에 직무정지 해제 가처분 신청을 냈다. 헌법재판소법 제50조에 따르면 ‘탄핵소추의 의결을 받은 사람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이 있을 때까지 그 권한 행사가 정지된다’고 명시돼있다. 상위법인 헌법 제65조 3항에도 ‘탄핵소추의 의결을 받은 자는 탄핵 심판이 있을 때까지 그 권한행사가 정지된다’고 적혀있다.
이 지검장과 최 감사원장은 탄핵 심판 결정 전까지 권한 정지 상태를 임시로 풀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이 지검장은 이달 5일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회로부터 탄핵당했다. 국회는 같은 날 최 원장에 대해 대통령 집무실 및 관저 이전 감사를 부실하게 했다는 등의 사유로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학계에서는 이 지검장과 최 원장이 낸 직무정지 해제 가처분 신청 인용 가능성을 두고 대립한다.
임지봉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재판소에서 담당하는 심판 중 권한쟁의와 정당해산은 헌재법에서 가처분 신청을 할 수 있다고 규정돼있다”면서 “탄핵심판은 가처분에 대한 근거 규정도 없고 근거 규정이 있다면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헌법에도 탄핵 소추 당사자는 권한 행사가 정지된다는 내용이 있기 때문에 하위법인 헌재법에서 가처분에 대한 규정을 둘 수 없다는 의미다.
권한쟁의 심판과 정당해산 심판이 가처분 신청이 가능하다는 내용은 헌법재판소법 각각 제65조와 제57조에 명문화돼있다.
정태호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법이 (탄핵안 가결 시)직무정지를 시키도록 했고 이에 대해서 가처분이 가능하게 두지 않았다”며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말했다.
다만, 차진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탄핵안 가결 시 권한 행사가 정지되도록 한 것은 일반 징계 절차로 파면이 어려운 고위 공직자나 검사 등은 지위를 이용해 증거를 인멸하거나 또 다른 불법을 저지를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직무 정지의 효과만을 노리고 탄핵소추권을 오남용할 때도 법이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헌법 위반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법이 만들어진 최초 목적과 다르게 기계적으로 해석되면 안 된다는 의미다. 올해 헌재로 넘어온 탄핵심판은 윤석열 대통령 사건을 포함해 최재해 감사원장, 박성재 법무부 장관,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 조지호 경찰청장 등 총 8건이다. 한 해에 탄핵심판 건이 8번 발생한 건 헌정사상 처음이다.
한편, 탄핵 심판에서 직무정지 해제 가처분 신청을 낸 사례는 이번이 최초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진 헌재 공보관은 전날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별관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헌재가 탄핵 심판에서 가처분 신청을 받은 사례는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