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부터 대형텐트 수작업·폭설 올까 노심초사…백화점 3사 ‘크리스마스 전쟁’ 고군분투기

입력 2024-12-24 08:13 수정 2024-12-24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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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3사 크리스마스 공간 기획자 인터뷰

현대백, 서커스 천막 손수 조립하고
롯데백, 폭설 등 날씨 변수 관리 총력
신세계, 단순 장식 넘어 체험의 장으로
3인 모두 “소중한 이와 특별한 경험 기원”

백화점업계가 매년 야심차게 준비하는 크리스마스 테마 공간이 국내외 소비자의 ‘연말 놀이터’로 각광받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백화점 안팎에 트리와 조명 등 실내외 장식을 설치, 크리스마스 분위기만 냈다면, 이제는 규모와 콘텐츠를 강화해 색다른 체험 공간을 선보이는 경쟁이 치열하다. 이에 소비자들도 크리스마스 시즌, 일부러 백화점을 찾아 인증샷 찍기에 여념이 없다.

해를 거듭할수록 백화점 각사의 자존심 대결로 여겨지는 ‘크리스마스 테마 전쟁’. 그 이면에는 1년 전부터 아이디어를 내고 기획, 실행하는 과정에 시행착오를 거듭한 기획자들이 있다. 마치 ‘크리스마스의 악몽’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치열했던, 국내 백화점 3사 기획자의 고군분투기를 들어봤다.

현대백 "서커스 텐트, 하나하나 재조립…평생 가장 어려운 순간"

▲더현대서울 5층에 조성한 크리스마스 공간 '움직이는 대극장'. (사진제공=현대백화점)
▲더현대서울 5층에 조성한 크리스마스 공간 '움직이는 대극장'. (사진제공=현대백화점)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신세계·현대 등 백화점 3사는 11월 1일 크리스마스 시즌 장식을 약속한 듯 일제히 공개했다.

올해 가장 주목 받은 곳은 현대백화점이었다. 이미 지난해 11월 더현대서울에 선보인 크리스마스 공간 '해리의 꿈의 상점'이 연일 오픈 런을 기록한 터라 올해 테마에 업계 이목이 집중됐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성공을 발판 삼아 더현대서울 5층을 다시 한번 과감하게 변신시켰다. '움직이는 대극장'을 테마로 서커스단의 무대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천장에는 열기구 모형 '에어벌룬'이 화룡점정이었다. 형형색색의 이 열기구는 각각 6대륙을 표현해 세계 평화를 상징했다.

이곳을 기획한 정민규 현대백화점 VMD(비주얼 머천다이저)팀 책임 디자이너는 "갈등과 분열이 세계 곳곳에서 고조되는 상황에서 문화와 국적 등 다양한 차이를 극복하는 국제스포츠축제 파리올림픽이 모티브"라며 "단순히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미학적 접근이 아닌, '고객과 세상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하는 인문학적 고민이 녹아있다"고 설명했다.

화려한 볼거리에 비례해 공간 구현을 위한 기획자의 어려움도 상상초월이었다. 정 디자이너는 "제 평생 이렇게 어려운 순간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며 "더현대서울 천장이 조형물을 매달 수 없기에 헬륨가스를 주입해 에어벌룬을 띄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내에 에어벌룬을 띄우다보니 흡배기, 소방 관련 사항도 체크하고 공기 흐름에 따라 에어벌룬의 움직이는 위치까지 계산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특히 가장 어려운 작업은 서커스 텐트 구조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는 "텐트는 보통 바닥에서 기둥을 만들고 지붕을 올리는데, 더현대서울에는 이를 위한 크레인 같은 장비가 들어올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구조물들을 엘리베이터에 실리는 사이즈로 조각을 내 들여온 후 사람 손으로 다시 하나하나 조립했다"며 "15일 동안 11개 텐트를 세워야 했는데, 1개당 8일이 걸렸다"며 당시 아찔한 상황을 회상했다.

우여곡절 끝에 완성하다보니 애정도 각별하다. 정 디자이너는 "11채의 웅장한 서커스 극장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6층에서 순회하며 바라보는 뷰를 가장 좋아한다"며 자신만의 관람 포인트를 귀띔했다.

롯데백 "날씨가 가장 큰 변수…야외 행사에 현장 관리 총력"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잔디광장에 조성된 크리스마스 마켓. (사진제공=롯데백화점)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잔디광장에 조성된 크리스마스 마켓. (사진제공=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은 변수가 많은 야외를 택했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잔디광장 일대를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꾸민 것. 크리스마스 오너먼트부터 소품, 먹거리 등을 판매하는 상점 41개가 겨울 유럽 크리스마스 마켓을 연상케 한다. 지난해 처음 진행한 크리스마스 마켓이 입소문을 타면서 1~3차에 걸쳐 판매한 '패스트 패스' 입장권의 12월 주말 티켓은 모두 매진됐다.

이번 크리스마스 마켓을 기획한 이소정 롯데백화점 마케팅기획팀 책임은 "유럽의 야외 크리스마스 마켓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자는 취지로 시작했는데, 단순히 외관만이 아닌 진정한 마켓을 구현하는데 중점을 뒀다"며 "지난해 새롭게 선보인 '롯데 크리스마스 마켓'에 24만 명이 방문해 올해도 공간 마련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크리스마스 공간에 조성한 '소원의 벽'. (김지영 기자 kjy42)
▲롯데백화점 크리스마스 공간에 조성한 '소원의 벽'. (김지영 기자 kjy42)

가장 우려한 부분은 바로 날씨다. 이 책임은 "크리스마스 마켓은 야외 행사라 날씨가 가장 큰 변수"라며 "폭설 등 천재지변에 대응하기 위해 현장 관리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책임은 "올해는 규모를 더 크게 늘린 만큼 '샤넬 아이스링크', '스탬프 투어', '소원의 벽' 등 이벤트와 식음료(F&B) 콘텐츠도 강화해 볼거리·즐길거리·먹거리가 완벽한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확대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소중한 사람과 함께 메시지를 작성해 매달 수 있는 '소원의 벽'을 가장 특별한 공간으로 꼽고 싶다"고 했다. 그는 "크리스마스의 설렘과 2024년을 마무리하는 마음을 담아 다양한 메시지를 남겨보길 바란다"고 권했다.

신세계, 셀럽 등장 스토리텔링 영상 굿...외국인 관광객 성지로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세계스퀘어'를 관람하는 관광객과 시민들. (사진제공=신세계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세계스퀘어'를 관람하는 관광객과 시민들. (사진제공=신세계백화점)

외국 관광객이 몰리는 서울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도 크리스마스 시즌 빼놓을 수 없는 핫 플레이스다. 특히 올해는 본점 외벽을 감싼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 '신세계스퀘어' 덕분에 더 화려해졌다. 신세계스퀘어는 기존 미디어파사드를 리뉴얼해, 아이돌 걸그룹 에스파의 카리나가 주연을 맡고 돌고래유괴단 신우석 감독이 연출한 연말 캠페인 '헬로 뉴 산타'로 더 화제다.

신세계스퀘어 담당 유나영 신세계백화점 VMD팀 담당은 이번 크리스마스 영상에 대해 "영국에서 제작한 한 영상을 본 후 '리본'이라는 모티브를 얻었고, 이 리본이 본점을 마법의 공간을 변화시킨다는 콘셉트를 떠올렸다"며 "가상의 공간으로 들어가 리본을 따라 탐험하듯 '마법 같은 홀리데이의 순간'을 선사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크리스마스 영상을 연출하며 '스토리 텔링'의 중요성을 깨닫게 돼 단순한 '그래픽'이 아닌 '장면'을 만들고자 했다"며 "올해는 신세계백화점 미디어파사드 최초로 3D 입체감을 표현하는 '아나몰픽 기법'을 입혀 생동감도 더했다"고 강조했다.

시대 흐름인 ESG 경영에 맞춰 친환경 요소도 강화했다. 유 담당은 "기존 미디어파사드에 비해 약 13% 커졌지만, 효율성 높은 전력 설계를 통해 동일 면적 대비 에너지를 최대 35%가량 줄일 수 있고 발열량도 최소화해 냉각팬 없이 자연 냉각이 가능하다"며 "백화점 외벽에 대형 현수막으로 게시하던 브랜드 광고 또한 미디어파사드 형태로 바꿔 폐기물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저녁 5시~9시 사이 저녁 메인 시간 대는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관광객과 국내 고객이 모여 사진을 찍으며 영상을 즐기는 피크 타임으로, 이때 방문한다면 더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신세계스퀘어가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와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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