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랑에 빠진 중소형 증권·운용업계…인력감축 등 몸집 줄이기 ‘한창’

입력 2024-12-22 09:11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업황 부진 장기화로 중소형 규모의 증권사와 자산운용사가 인력감축에 나서면서 연말 증권가에 뒤숭숭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회사를 떠나게 된 이들이 급하게 새 일자리를 찾아 나서면서 불안감이 증폭되는 것은 물론, 퇴사자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업황 악화가 이어지면서 내년 초까지 이 같은 갈등이 반복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분기 기준 국내 증권·자산운용사 542곳 인력은 5만2047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5만2159명)보다 소폭 줄어든 수준이다. 다만 지난해(526곳)보다 회사가 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력 감소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중소형 운용사 비율도 늘었다. 임직원 수가 100명 이하인 회사는 올해 89%(467곳)로, 88.8%(482곳)인 전년 동기보다 증가했다.

업계 전반이 인력 줄이기에 나서면서 중소형 회사들의 동향도 눈에 띄고 있다. 지난해 인력감축을 단행한 메테우스자산운용은 일부 퇴직자들이 정규직 해고 및 계약직 전환, 수당 등의 문제에 불만을 가진 상태다. 특히 이들은 회사가 미사용 연차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연차 수당은 근로기준법상 임금에 해당해 회사는 직원에게 이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메테우스자산운용 퇴직자 A 씨는 “정규직조차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다수가 회사에서 잘렸다”며 “이들 대다수가 회사를 떠난 지 1~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수당을 제대로 정산받지 못하면서 갈등이 지속 중”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메테우스자산운용 측은 “퇴직하는 직원들의 구직활동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퇴직일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으며, 그 과정에서 지급해야 할 연차 수당은 노무사의 확인을 거쳐 모두 지급했다”며 “안정화를 찾은 회사는 내년부터 직원 처우를 개선하고 중단했던 복지를 다시 시행하려는 안을 인사위원회에서 가결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대차증권은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기업금융(IB) 부문 인력을 대폭 줄였다. 기업금융(IB) 1·2·3본부를 IB본부로 통합하면서 조직 효율화와 경쟁력 강화를 내걸었으나, 업계에서는 실적 악화로 사실상 인력을 줄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현대차증권의 당기순이익은 2021년 1178억 원을 기록하는 등 성장세를 유지해 왔으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한 여파로 충당금을 쌓으면서 △2022년(871억 원) △2023년 535억 원 △2024년 3분기 359억 원으로 줄었다.

최근 증권가에 해당 본부에서 이직하려는 인력들이 제출한 이력서가 다수 등장한 점도 인력감축을 뒷받침했다. 이는 계약직 인력이 다수인 IB 사업부 특성상 통합 본부 소식과 함께 내년 계약 연장 불가 통보를 받은 인력들로 추측된다. 현대차증권 내부에서도 이들에게 다른 직장을 알아보라는 통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영업점 통폐합 검토 건으로 노사 갈등이 벌어진 교보증권과, 금융당국의 강제 구조조정 조치를 받은 무궁화자산신탁 등 증권·운용·신탁 등 증권가 전방위로 인력감축이 포착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부동산 금융 관련 리스크가 중소형사의 실적 악화와 인력감축 등을 일으킨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한 부동산 자산운용업 관계자는 “대형사는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비교적 실적 방어가 가능했지만, 현실적으로 사업 다각화가 어렵고 다소 공격적인 사업을 했던 중소형사는 부동산 PF 시장 부실 여파를 비껴가지 못했을 것”이라며 “실적 부진으로 인력을 감축하면 사업에 차질이 생기면서 또다시 실적 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물론 희망론도 일부 나온다. 비용 절감에 적극적으로 나선만큼, 회복세를 보이는 곳들이 나타날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메테우스자산운용의 경우는 구조조정 등 비용감축을 통해 올해 이미 흑자 전환한 상태다. 지난해 3분기 15억 원에 가까운 손실을 냈던 반면, 올해 3분기에는 36억 원에 가까운 총포괄 이익을 거뒀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핑계고 시상식' 대상은 황정민…9만 여표 받으며 수건 세리머니(?)까지
  • "이번엔 한덕수" 2차전 예고한 野…전운 고조
  • 한‧중 테크 전쟁… 벽 하나 둔 CES 전시관 '긴장감'
  • 무너진 코스피, 전문가들 “한국경기 방향성이 12월 수익률 결정”
  • "보조금ㆍ대출 마무리"…K-반도체·배터리, 한시름 놓았지만 ‘트럼프 리스크’ 여전
  • 나트륨이온 배터리, 미·중 기술전쟁 게임체인저로…공급망 새 판 짠다
  • 인천 중구~양재, 인천 연수구~강남, 거제~부산 3개 노선 M버스 신설
  • 장나라, '23년만' 연기대상에 오열…가요대상까지 석권한 최초의 스타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46,527,000
    • -1.13%
    • 이더리움
    • 5,121,000
    • -2.22%
    • 비트코인 캐시
    • 694,500
    • -1.63%
    • 리플
    • 3,438
    • -1.29%
    • 솔라나
    • 280,700
    • -4.49%
    • 에이다
    • 1,384
    • -5.01%
    • 이오스
    • 1,220
    • -5.5%
    • 트론
    • 375
    • -1.06%
    • 스텔라루멘
    • 555
    • -1.94%
    • 비트코인에스브이
    • 81,050
    • -4.14%
    • 체인링크
    • 34,030
    • -6.12%
    • 샌드박스
    • 864
    • -4.85%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