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기준 법인파산 1657건…역대 최다 넘어서
고금리·고물가·고환율에 ‘약한 고리’가 무너지고 있다. 빚을 갚지 못하고 채무 조정에 나선 서민들이 올해 역대 가장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빚투(빚내서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에 고금리 쓰나미에 감당하지 못하고 쓰러지는 취약차주들이 급증하면서다. 경기 침체에 회생보다 자포자기하며 파산을 선택하는 기업은 이미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신용회복위원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 말까지 신복위에 채무조정을 신청한 사람은 17만9310명으로 집계됐다. 12월 수치까지 합산하면 작년 전체 채무조정 신청자(18만4867건)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역대 최다 수준이다.
특히 11월까지 자영업자 채무조정 신청은 2만6267건으로 지난해 2만5024건을 이미 돌파했다. 개인의 채무조정 신청은 15만2953건으로 작년(15만9843건)의 95.7% 수준이다. 채무조정 신청자는 2020∼2022년 12만∼13만 명대 수준이었으나 작년 18만 명대로 급증했다.
채무조정은 생활고 등으로 빚을 갚기 어려워진 대출자들을 위해 상환 기간 연장, 이자율 조정, 채무 감면 등을 해주는 제도다.
영업을 지속해도 더 이상 나아지기 어렵다고 판단해 남은 자산을 청산하려는 법인도 급증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직격탄을 입은 기업들이 계속되는 불경기에 문을 닫고 있는 것이다. 경제의 약한 고리인 중소기업들의 생존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의미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같은 기간 전국 법원에 접수된 법인 파산 사건은 1745건으로 역대 최다였던 작년 전체 건수(1657건)를 넘어섰다.
법인 파산 선고(인용 건수)도 1514건으로 작년 전체 건수(1302건)보다 16.3%가량 늘었다. 이 또한 역대 기준 가장 많은 수치다. 실제 파산기업 수가 더 많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회생신청 이후 회생폐지 절차를 밟아 최종 파산으로 이어지는 기업은 법원월간통계에 반영되지 않아서다. 파산 기업이 많아진 것은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기업들이 고단한 회생 절차보다는 차라리 문을 닫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기간 개인 회생 신청 건수은 11만9508건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다였던 작년 전체 건수(12만1017건)에 거의 근접한 상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관련 중소법인 연체율은 0.74%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0.59%에 비해 0.15%포인트(p) 오른 수치다. 개인사업자 연체율은 0.65%로 전년 동월(0.51%) 보다 0.14%p 상승했다.
이정문 의원은 “제도권 금융을 활용하기 어려운 저신용자나 저소득층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선제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며 “서민정책금융 안정적 공급을 위해 반드시 추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