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우리나라 수출이 대상국의 경기 부진과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인해 증가세가 크게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22일 한국경제인협회가 시장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2025년 수출 전망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 기업들은 내년 수출이 올해 대비 1.4%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조사는 매출액 1000대 기업 중 12대 수출 주력업종 150개 사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2025년 수출 증가율 전망치를 업종별로 살펴보면 증가하는 업종이 △바이오헬스5.3% △일반기계 2.1% △석유화학·석유제품 1.8% △전기전자 1.5% △선박 1.3% 순으로 나타났다. 감소하는 업종은 △자동자·부품주 -1.4% △철강 -0.3% 순으로 집계됐다.
내년 수출이 올해보다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한 기업들은 주요 요인으로 '주요 수출대상국 경기 부진'(39.7%)을 꼽았다. 이어 △관세부담 등 보호무역주의 강화 30.2% △원자재·유가 상승에 따른 가격경쟁력 약화 11.1% 순으로 높았다.
반면 내년 수출이 올해보다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한 기업들은 신제품 개발 등 제품 경쟁력 강화(27.6%), 원화 약세에 따른 가격경쟁력 상승(27.6%), 수출국가 다변화(18.4%) 등을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응답 기업의 32.6%는 내년 수출 채산성이 올해보다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해 개선될 것으로 보는 기업(20.6%)보다 많았다. 내년 수출 채산성이 올해와 비슷할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46.8%였다. 채산성이란 수출을 통해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의 수준을 의미한다. 수출 채산성이 좋으면 같은 양을 수출해도 기업의 이익은 증가한다.
수출 채산성 악화 요인으로는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따른 관세 부담 증가 46.9% △수출경쟁 심화로 인한 수출단가 인하 20.5% △원자재 가격 상승 12.2% △원화평가 절하에 따른 수입비용 증가 12.2% 순으로 꼽혔다.
2025년 수출이 올해보다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한 기업들은 수출 부진 대응 방안으로 △수출시장 다변화(47.6%) △운영비, 인건비 등 비용 절감(23.8%) △환율리스크 관리 강화(15.9%) 등을 검토 중이라고 응답했다.
한편 내년 우리나라 기업 수출 여건이 제일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하는 지역에 관해서는 미국이 48.7%로 가장 높았다. 중국 역시 42.7%를 차지했다. 한경협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중 갈등이 심화하면서 우리나라 주요 수출국인 미국과 중국에 대한 수출 여건이 악화할 것이라는 기업의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했다.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로는 △외환시장 안정화(31.5%) △보호무역 강화에 따른 수출 피해 최소화(22.8%) △원자재 수입 관련 세제 지원(18.0%) △원자재 등 안정적 공급대책(11.4%) △수출 신시장 개척 지원(11.0%) 등을 꼽았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내년에 트럼프 행정부가 보편 관세를 실제로 부과할 경우 수출 여건은 더욱 악화할 수 있다"며 "정부는 외환시장 안정화,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따른 수출 피해 최소화 등 수출 경쟁력 제고를 위한 환경조성에 주력하고, 국회는 기업 활력을 저하하는 규제 입법보다 수출 활력 제고를 위한 입법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