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인용시 조기대선…경제기조 전면 수정 불가피
정책 가속페달 가능성…朴탄핵 때 49% 1분기 배정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시한부' 꼬리표가 붙은 최상목 경제팀의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이 맹탕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기 정권교체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극도로 높아지면서 정부의 내년 경제 밑그림도 대외신인도·통상 불확실성 제고 등 눈앞의 리스크 관리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조만간 '2025년도 경제정책방향(경방)'을 발표한다. 경방에는 정부가 전망한 내년 성장률과 고용·물가 등 전반적인 경제 여건, 내년에 추진할 경제정책 등이 모두 담긴다. 통상 12월 중하순께 발표되지만 비상계엄·탄핵 사태가 맞물리면서 내년 초 연기 가능성도 거론됐다. 하지만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15일 긴급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연내 발표를 공식화하면서 이날 기준으로 열흘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다.
내년 경방에는 정부가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대외신인도 관리 방안을 필두로 미국 트럼프 신정부의 '관세 폭탄' 등 통상 불확실성 대응 방안 등이 비중 있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대내외 여건에 주요 산업이 흔들리지 않도록 반도체, 항공·해운물류를 비롯해 석유화학·건설 분야 등 산업체질 제고 방안, 민생 안정을 위한 영세 소상공인과 서민 등 취약계층 지원 방안도 담길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대내외 리스크 관리 외 정부가 본래 담으려던 임기 후반기 경제 청사진이 온전히 담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탄핵안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남았지만 향후 수개월 간 한덕수 국무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이어져야 하고 자칫 인용 결정이 나올 때는 조기 대선이 불가피하다. 상속세·법인세 등 감세정책과 긴축재정 기조, 연금·교육·노동·의료 등 '윤석열표 4대 개혁' 등을 반대해온 더불어민주당이 탄핵 여세를 몰아 3년 만에 재집권에 성공할 경우 전면적인 경제기조 수정이 확실시된다.
이미 정부는 윤 대통령 임기 내내 압도적인 여소야대 탓에 예산안과 법 개정이 필요한 국정과제를 추진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정부 예산안에서 4조1000억 원 삭감된 초유의 야당 단독 감액예산안이 10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추가경정예산(추경) 압력을 받는 가운데 올해 세법개정안에 담은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주주환원 증가액의 법인세 5% 세액공제 등도 불발됐다. '혁신생태계 강화'와 '공정한 기회 보장', '사회이동성 개선' 등 3개 축을 바탕으로 서민·중산층 시대를 구현하겠다는 최상목 경제팀의 '역동경제 로드맵'도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뒤안길로 사라질 공산이 크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2016년 12월 정부는 △경기·리스크 관리 △민생 안정 △구조개혁과 미래대비 등 3대 방향과 109개 정책과제를 골자로 하는 2017년도 경방을 발표했다. 특히 1분기에 추진할 정책과제로 전체 절반 수준인 53개(48.6%)를 제시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파면으로 치러진 이듬해 5월 대선에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7월에 △소득주도성장 △혁신 성장 등을 담은 새정부 경방이 발표되면서 전 정부 정책은 7개월 만에 대거 백지화 수순을 밟았다.
과거 사례를 비춰볼 때 정부는 올해도 추경 논의와 별개로 내년 예산과 정책 여력을 상반기에 쏟아부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는 내년 예산 75%를 상반기에 배정했다. 이는 작년과 올해에 이어 3년 연속 역대 최고 수준이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본지 통화에서 "이 정부의 경방은 잘해봐야 상반기까지고, 새 정부가 들어서면 여야 관계없이 대부분 바뀐다고 봐야 한다"며 "6월까지 경제정책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을 넣는 게 낫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