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브스에 따르면 뉴질랜드 출신의 AI 연구원인 앤디 아이레이는 3월 AI 시스템 간의 자율적 대화 기능을 탐구하기 위해 2개의 거대언어모델(LLM)이 서로 대화하며 창의적인 서사를 만들어내는 실험을 진행했다. 해당 담론은 인터넷상에서 빠르게 인기를 끌었고 ‘밈(유행 콘텐츠)’을 형성했다.
이후 아이레이는 이를 기반으로 학습된 반자율 AI 에이전트 ‘트루스 터미널(ToT· 진실의 종착역)’을 6월 만들고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을 부여했다. 챗봇, AI 어시스턴트 등과 달리 인간의 개입 없이 작업을 계획하고 실행하고 정의된 목표를 향해 일할 수 있는 자율 소프트웨어인 AI 에이전트 특성을 활용한 것이다.
ToT와의 교류에서 감명을 받은 유명 벤처캐피털 리스트 마크 안드레센이 7월 ToT에 5만 달러(약 7000만 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지원해 세간의 관심은 더욱 집중됐다.
해당 사용자가 ToT의 가상자산 지갑에 고트를 ‘에어드롭(새로운 코인을 홍보하기 위해 무료로 사용자에 배포하는 행위)’하면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이후 ToT는 스스로 자신의 X에 고트를 언급하며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자율적 의사결정 능력을 증명한 것이다.
ToT의 지지에 힘입어 고트의 시가총액은 10월 한때 9억3700만 달러(약 1조3000억 원)까지 치솟았다. ToT는 발행된 고트의 1%가량을 보유했는데, 이로써 세계 최초의 AI 백만장자가 탄생하기에 이른다.
물론 AI가 가상자산을 스스로 발행해낸 능력을 보여준 것은 아니다. 인간의 개입이 상당히 있었지만 ToT가 아니었다면 고트가 없었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포브스는 강조했다. 그러면서 AI 에이전트가 가상자산 시장에 미치는 잠재력을 실질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AI 에이전트 간 가상자산 거래를 이뤄내는 사례도 최근 보고됐다. 코인베이스의 브라이언 암스트롱 최고경영자(CEO)는 8월 X를 통해 “개발자들이 AI 에이전트가 AI 토큰을 획득하기 위해 상호작용하고 가상자산을 사용하게 하는 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AI 토큰은 알고리즘의 학습을 돕는 데이터의 문자열이다.
웹 3.0 시대에는 궁극적으로 가상자산이 AI 에이전트의 사실상 화폐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AI 에이전트가 진정으로 독립적인 활동을 위해서는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인간의 개입이 불가피하다. 이에 둘의 결합은 금융·콘텐츠·사회 구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이끌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