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둘째를 낳을 결심

입력 2024-12-23 05: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김나은 국제경제부 기자

37세 A 씨는 최근 깊은 고민에 빠졌다. 시험관 시술로 어렵게 아들을 출산한 지도 2년째. 산부인과 주치의가 ‘둘째 낳을 생각 있으면 2년 안으로 다시 찾아오라’며 제시했던 이른바 ‘둘째 막차 탑승’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 성별이다. 첫째를 가질 때만 해도 아들·딸 구별은 사치였는데 말이다. 그래도 이왕이면 둘째는 딸이었으면 좋겠는데, 결국 고민만 하다 올 한 해가 다 지나간다.

A 씨만의 고민은 아니다. 물론 아들·딸 상관없이 둘째를 낳는 사람이 더 많지만, 유명 맘 카페 등을 보면 이러한 엄마들의 고민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둘째나 셋째부터는 성별을 고를 수만 있다면 저출산 문제도 해결되지 않겠냐는 ‘농담 반, 진담 반’의 말들도 나온다.

우리나라에서 성별을 선택해 아이를 출산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돼 있다. 반면 미국에서는 시험관 시술시 부모가 원하면 성별을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윤리적 문제로 논쟁은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미국에서 부모가 성별 선택을 원할 시 이를 막지 않는 이유가 흥미롭다. 미국은 ‘가족 구성계획에 대한 개인의 자유’에 더 무게를 두고, 부모의 성별 선택권을 막지 않는다고 한다.

당장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성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말이 아니다. 저출산 대책과 관련한 생각의 틀을 바꿀 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의 저출산 대책의 대전제는 ‘일과 가정의 양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이러한 대전제는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소멸 위기를 막기엔 충분치 않다. 이제 우리나라도 생각의 틀을 바꿔 ‘가족 구성의 권리와 자유’라는 측면에서 지금의 저출산 문제를 다시 한번 되짚어 보면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일 수 있다.

일본이 인구소멸 대책으로 ‘아동가정청’을 만든 것도 대전제를 바꾼 결과물이다. 단순히 출산을 유도하는 정책에서 벗어나 출산 이후 ‘아동 삶의 질’에도 초점을 맞춰 부모가 안심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청을 하나 신설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 아니라는 내부 비판도 있었지만, 지난해 4월 출범한 이후 우리 정부도 모범사례로 주목하고 있다. 고민은 이미 차고 넘치게 했다. 이제는 발상의 혁신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에드워드 리ㆍ황정민ㆍ이찬원…올해 예능계 휩쓴 이들의 '공통점' [이슈크래커]
  • '상생금융 시즌2' 나선 은행권 "정례화될까 부담…밸류업 배치돼"
  • ‘돌다리도 두드려야’…이색 미니보험으로 안전한 취미생활 해볼까 [경제한줌]
  • 헌재 “尹 탄핵심판 서류 송달완료 간주…변론준비기일도 예정대로”
  • "KTX 승차권 30% 할인" 알고보니 거짓…철도공사 시정명령
  • 빠져나가는 고래들…비트코인, 9만4000달러로 하회 [Bit코인]
  • “지연·학연·혈연 총동원” 금감원, 정치테마주 특별단속반 가동해 집중 감시
  • 김준호, 김지민에 눈물의 프러포즈…"마지막 사랑이 돼줘"
  • 오늘의 상승종목

  • 12.23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45,373,000
    • -0.8%
    • 이더리움
    • 5,047,000
    • -1.12%
    • 비트코인 캐시
    • 677,500
    • -2.17%
    • 리플
    • 3,336
    • -2.85%
    • 솔라나
    • 279,100
    • -0.57%
    • 에이다
    • 1,357
    • -1.81%
    • 이오스
    • 1,213
    • -0.08%
    • 트론
    • 378
    • +0.53%
    • 스텔라루멘
    • 542
    • -2.69%
    • 비트코인에스브이
    • 82,200
    • +0.74%
    • 체인링크
    • 34,880
    • +1.99%
    • 샌드박스
    • 856
    • -0.47%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