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국의 미래 ‘해외 진출’서 찾아야

입력 2024-12-22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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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규 민간LNG산업협회 부회장

중동국가에 근무하면서 소위 ‘그린미팅’을 하기는 쉽지 않다. 뜨거운 날씨에 야외활동도 만만치 않지만, 함께 어울릴 멤버도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럴 때 가장 편한 라운딩 파트너가 일본회사 현지 법인장들이었다. 미쓰이, 스미토모 및 미쓰비시 등 일본 기업 대표들과의 그린미팅은 현지 비즈니스 활동을 공유하는 기회도 되지만 무엇보다 이들이 주말에 편하게 라운딩할 여건이 되기 때문이다. 일본 현지 법인대표들은 대부분 가족은 일본에 두고 단신 부임하기 때문에 함께 어울리기가 누구보다 편할 수밖에 없다.

일본은 1990년대부터 소위 잃어버린 30년이라는 어려운 경제상황에 부딪혔다. 그때는 일본이 경제를 다시 복원시키기 위해 생각할 수 있는 가능한 모든 정책 수단을 다 동원하였다. 하지만 아무리 해도 30년의 잃어버린 시간을 극복할 수는 없었다. 오죽하면 일본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는 지진이나 뭔가 큰 쇼크가 와야 되지 않느냐고 말할 정도였다. 물론 후쿠시마 대지진 전에 떠돌던 이야기지만….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답습해선 안돼

최근 들어 한국 경제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많다보니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30년을 살펴보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거론된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최근 계속해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으며 올해는 겨우 2%대에 그치고 내년에도 1%대 경제성장을 전망하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의 인구 고령화 및 감소 추세도 이웃 나라에서 익히 살펴보았던 우리의 자화상이다.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은 차치하더라도 인구가 줄고 고령화되는 추세에 비추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에 비견하여 한국 경제의 쇠락을 염려하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일본은 과거 한 세기에 걸쳐 선진국이었던 데다, 인구나 경제규모도 우리보다 훨씬 더 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잃어버린 30년을 겪게 되었으니 우리가 미래 한국의 30년을 그려보면서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요사이 어지러운 우리나라의 정치현실을 목도하면서 미래 한국 경제의 30년이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30년을 답습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일본이 그토록 발버둥쳤지만 어찌해볼 도리없이 잃어버린 30년을 겪게 되었는데 우리가 일본보다 결코 더 나을 게 없는 경제 여건하에서 정치적 불안정이 미래 한국의 잃어버린 경제 모습을 가속할 것으로 우려하게 된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에는 일본인들의 국내지향 내지 일본 본위의 DNA가 그 기저에 깔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일본 정부나 기업과의 미팅에서 매번 느낀 점이다. 대부분 일본 비즈니스의 글로벌 진출에는 단신부임 일본기업인이라든가 일본으로의 귀소본능을 다분히 깔고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성장축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도모하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노력이 결핍된 것이 잃어버린 30년이라는 일본 경제를 만든 것은 아닐까? 어찌 보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초래하게 된 게 글로벌 진출이나 해외성장 네트워크와의 접속이 없어서 생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그러면 좀 더 구체적인 실천전략으로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에서 우리가 배우고 새롭게 도모해나갈 것이 떠오른다.

최근 우리나라는 정치상황과 사회불안정으로 인하여 경제에 부정적 파급효과를 걱정하지만 대부분 빠른 회복력의 한국 경제 DNA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사실 나라 살림이나 나라 미래는 항상 국민과 기업이 챙기고 담당할 몫이지 정치인의 자기 권력과 자기 파당에 기인한 불확실한 정치에 크게 지배되지 않는다. 솔직히 언제부터 한국의 정치인들이 나라 걱정 내지 경제 걱정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 항상 우리 국민과 기업이 나라 걱정과 나라 살림을 챙기면서 우리 경제를 지탱해왔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대부분 일본을 방문하거나 일본인들을 만나다 보면 일본기업 내지 국가는 일본 지향적이고 국내 위주의 비즈니스와 국민 성향이 매우 강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어떤 때에는 폐쇄 사회 내지 닫힌 문화에 빠져 있는 것처럼…. 일본이 잃어버린 30년 동안 돌파구를 제로 내지 마이너스 성장 경제인 일본에서 찾으려 한 게 잘못된 것이 아닐까?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세계로 눈 돌려야

이에 비해 한국인의 글로벌 진출은 어느 다른 국가나 민족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이나믹하고 폭발적이다. 우리 기업인은 비단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수출을 열심히 할 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현지 진출, 해외 투자 및 비즈니스 기회를 도모하기 위해 글로벌 네트워크 접속을 생존전략으로 펼치고 있다. 다양한 한국 제품과 서비스 그리고 한국인의 기질(talent)을 세계 각국 특히 글로벌 성장축에 맞추어 잘 파고들고 있는 것을 중동에서나 아시아 등 글로벌 사우스 성장 시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미래 30년의 지향점은 국내가 아니라 해외로 확실하게 바뀌어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1~2% 경제성장에 머물고 있는 한국 경제에서 벗어나 글로벌 성장축에 접속하여 조금 더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활용해야 할 것이다.

미래 한국의 30년을 어떤 성장동력이 견인해 나갈지, 신기술과 신산업의 고부가가치가 어느 분야에서 창출될지는 제시할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한국 안에서, 한국 위주로는 절대로 잃어버린 30년의 일본 모습을 극복할 수 없다는 점이다. 미래 한국 경제의 30년은 주무대를 한국이 아닌 글로벌 성장축과의 접속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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