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사태 장기화·중국발 물량 증가로 물류비 부담
해상운송 지원사업 확대·바우처 한도 늘려야
지난해부터 후티 반군의 상선 공격 등 지속된 중동사태로 인해 높은 수준을 유지한 해상운임이 내년에도 현재 수준을 유지하거나 올해보다 더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왔다.
23일 한국무역협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5년 글로벌 해상운임 전망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글로벌 해상운임 전망에 대해 화주‧선사‧포워더로 구성된 응답자의 74.4%는 내년도 해상운임이 상승(39.8%)하거나 현 수준을 유지(34.6%)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운임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 응답은 23.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운임 상승을 전망하는 주요 요인으로는 △중동사태 장기화(21.9%) △글로벌 선사의 선복 공급조절(21.8%) △중국발 밀어내기 물량 증가(14.2%)가 꼽혔다.
특히 중동사태 이후 글로벌 선사들이 수에즈운하 대신 희망봉을 우회하면서 실질 선복량이 감소하고, 병목 현상이 발생해 운임 상승 압력이 커질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선사들이 수익 극대화를 추구하며 임시결항과 선박 수리 등을 통해 공급을 제한할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관세인상 조치를 취할 경우 중국의 밀어내기 물량이 급증하면서 단기간 내 해상운임이 큰 폭으로 상승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로 지난 5월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산 전략 품목에 대한 관세인상을 발표한 이후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306포인트(p)에서 3733p로 2개월 만에 약 62% 급등한 바 있다.
또한 글로벌 교역량 증가(13.2%), 미국 동부 항만파업 가능성(10.8%), 탄소배출 규제 강화(9.4%) 등이 내년 운임 상승의 추가 요인으로 지목됐다.
노선별 해상운임 전망을 살펴보면 유럽 노선은 희망봉 우회 장기화와 선박의 탄소배출 규제 강화로 인해 화주와 물류업계 모두 운임 상승을 예측했다. 동남아 노선은 타 노선에 대체 투입됐던 기존 선박이 복귀하면서 공급이 확대돼 현재 수준의 운임이 유지될 것으로 보았다.
미주 노선은 미국 항만파업과 보호무역주의 정책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으로 화주업계는 운임 상승을 우려한 데 반해, 물류업계는 선복 공급 증가로 인해 운임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해상운임 상승으로 인한 우리 수출기업의 물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중소기업 해상운송 지원사업’을 확대하고, 물류 바우처 지원 한도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글로벌 선사의 인위적 공급조절에 대한 규제 추진과 함께 부산신항 수출 컨테이너 터미널의 반입 제한 조치를 해제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인호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해상운임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민‧관이 협력해 안정적인 수출길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며 “무역협회는 운임 및 물동량 변화를 면밀히 관찰하며 정부와 협력해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