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공급 일정 어쩌나…셈법 복잡한 건설업계

입력 2024-12-23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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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재건축 공사 현장.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재건축 공사 현장. (사진=연합뉴스)

내년 공급 계획 짜기에 돌입한 대형건설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 하반기 고강도 대출규제로 주택 매수 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탄핵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또 다른 변수로 떠오른 영향이다.

23일 부동산 R114에 따르면 2025년 1월 전국의 분양 예정 물량은 총 3750가구로, 올해 1월(8608가구) 대비 56.4% 줄어들 전망이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465가구, 지방 광역시 1598가구, 기타 지방 1687가구 등 지역을 불문하고 전반적으로 물량이 감소했다.

이처럼 분양 물량이 급감한 것은 건설업계가 분양 일정을 조정했기 때문이다. 업계는 금리와 환율 급등, 대출 규제 압박으로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정치적 혼란까지 더해져 매매 수요가 쪼그라든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민간 주도 분양은 철저하게 시장 내 수요공급 원리에 따라간다. 연말 탄핵 등으로 자영업자도 어려운 판국에 소비자가 살 수 있는 가장 비싼 재화인 부동산 투자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최근 시장이 주춤한 데는 금리와 환율,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이슈의 영향이 크다"며 "가처분 소득은 동일한데 은행이 돈을 빌려주지 않으니 당연히 집을 살 수 없고 분양 단지에 대한 관심도 시들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가 발표한 '2024년 11월 부동산 시장 소비자 심리 조사'에 따르면, 11월 서울의 주택 매매 심리는 전월 대비 7.9포인트(p) 하락한 109.8을 기록했다. 이는 10개월 만에 최저치다. 이 지수는 올해 7월 140.6으로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8월 이후 금융권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영향으로 하락 전환했다.

매수 관망세가 이어지면서 집값도 주춤한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이 이달 셋째 주(16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조사한 결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03%를 기록해 5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는 내년 상반기까지 공급 시기를 저울질 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국 불확실성 증가로 우수한 입지에 공급되는 곳을 제외하고는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또 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내년 상반기에 물량을 많이 빼기 힘들 것이다. 서울 주요 입지나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곳들은 제외하고 수도권 외곽, 지방은 도저히 시점 잡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다만 조합이 사업 시행자인 경우 금융 비용 등의 문제가 있어 분양 시기를 계속 미룰 수는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시공사나 조합 입장에서도 분양 시점을 잡기가 매우 어렵지만, 그렇다고 마냥 미룰 수도 없다. 시간이 지연되는 만큼 금융 비용이 발생하는 데다 분양으로 현금 흐름이 돌아야 공사비도 줄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극적으로 분양 물량을 줄일 순 없더라도 상반기를 하반기로 조정하는 방법 등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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