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임기가 종료되는 이석기 교보증권 대표이사의 연임 여부가 안갯속이다. 올해 교보증권은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의 중징계 가능성으로 연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26일 중징계 여부가 갈릴 전망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 대표는 2021년 3월 취임 후 2연속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 내년 3월에 세 번째 임기 연장 여부가 결정된다. 교보증권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이 대표의 연임 여부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대표의 세 번째 연임 여부는 현재까지 불투명하다. 지난해 12월 교보증권과 함께 국내 총 9곳 증권사(미래에셋·NH투자·한국투자·KB·하나·SK·유진·유안타증권)의 채권형 랩어카운트‧특정금전신탁 업무 실태에서 위법 사실이 발견되면서다. 고객 계좌의 손실을 다른 고객 계좌로 전가하거나 증권사 고유자산 일부 손실을 보전했다. 사실상 돌려막기를 한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이에 랩·신탁 돌려막기 관련 제재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교보증권과 이 대표에게 각각 중징계를 통보했다. 교보증권은 3~6개월 영업정지를, 이 대표는 문책경고를 사전통지 받았다. 특히 제재 대상으로 올라간 6개 증권사 대표 가운데 문책경고는 이 대표가 유일하다.
교보증권이 랩·신탁 운용에 고유자산을 이용하는 것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부통제 조직을 통해 진행하고 해당 결정을 승인한 이석기 대표가 행위자로 판단됐기 때문이라는 게 금감원 측 설명이다.
다만, 소명 절차 이후 11월 금감원은 이 대표에 대한 징계 수위를 ‘문책경고’보다 한 단계 낮은 ‘주의적경고’로 경감시킨 바 있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권고 △직무정지 △문책경고 △주의적경고 △주의 등 5단계로 나뉘는데 문책경고부터는 중징계로 분류돼 금융사 임원 취업이 제한된다.
이달 26일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랩·신탁 돌려막기 관련 증권사 대표에 대한 징계 수위를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만약 여기서 기존 사전통지대로 중징계를 받게 된다면 연임엔 빨간불이 들어오게 된다. 반대로 주의적경고로 그치게 되면 취업 제한을 받지 않아 연임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이 대표로선 교보증권이 현재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는 가운데 이번 변수로 가슴을 졸이는 상황이다. 교보증권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누적 영업이익 1556억 원, 당기순이익 133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보다 각각 144.65%, 121.67% 급증한 수치다.
한편, 노조와의 갈등도 연임을 위해 풀어야 할 숙제다.
지난 4월 이 대표는 22대 국회의원 선거일에 주임급 직원들에게 자전거 주행을 제안하면서 노동조합으로부터 투표권 침해와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아울러 노조는 여직원 성희롱 발언 의혹도 제기했으나, 이 대표는 이를 부인했다.
또 5월 노조는 교보증권이 임금을 체불했다고 주장하면서 법원에 소송장을 제출했고 이 대표의 교체를 요구했다. 최근엔 지점 통폐합과 인력 구조 조정 문제를 두고도 갈등이 빚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