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도 쥐락펴락...푸틴 “트럼프와 빠른 시일 내 대화 원해”
경제 여파도...관세 정치 본격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당선 직후부터 전 세계를 들썩이게 만든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이 가까워지자 세계는 더욱 긴장하고 있다. 국내외 정치 지도자들이 차기 미국 대통령을 사로잡기 위해 경쟁하는 일이야 드물지 않지만, 미국 우선주의 신봉자 트럼프 당선인의 영향력은 남다르다고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평가했다.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정치’에 국내 정치 신인도까지 위협받고 있다. 지난달 말 트럼프 당선인이 펜타닐과 불법 이민자 유입을 이유로 취임 첫날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자 트뤼도 총리는 즉각 예산을 추가해 국경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부총리 겸 재무장관이 단기적인 재정 확대 등에 반대하고 나서면서 캐나다 내각 위기까지 촉발됐다. 프리랜드 부총리가 재정문제를 놓고 트뤼도 총리와 갈등을 빚다 사임을 해버리자 가뜩이나 낮아졌던 트뤼도 총리의 지지율이 더 떨어진 것이다.
유럽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의 미국 우선주의에 호응하는 포퓰리즘 세력의 급부상이 눈에 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연정 붕괴로 조기 총선을 치르게 된 독일이 대표적이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극우 세력을 지지하는 등 독일 정치에의 개입을 시도하고 있다.
머스크는 20일 소셜미디어(SNS) 엑스(X‧옛 트위터)에 “독일을 구할 수 있는 건 극우 독일대안당(AfD)이 유일하다”는 게시글을 올린 뒤 크리스마스 마켓 테러 용의자 사진을 공유했고, 이어 “숄츠는 즉시 사임해야 한다. 무능한 바보”라고 저격했다. 이에 숄츠 총리는 “우리는 언론의 자유를 누리며, 이는 억만장자에게도 적용된다”며 머스크의 행동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독일에 유럽 유일의 테슬라 전기차 공장을 둔 머스크는 미국 대선 직후 독일 진보 진영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영국 극우 성향의 개혁영국당 대표 나이젤 패라지가 지난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머스크와 회동하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머스크가 영국개혁당을 후원하게 된다면 향후 선거에서 판세가 뒤바뀌어 오랜 양당 체제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내놨다.
영국개혁당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 옹호 정치인들이 2018년 설립한 정당이다. 이민자 감축, 세금 인하, 규제 축소 등 정책에서 트럼프 당선인과도 결을 같이 한다. 이들의 약진은 키어 스타머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과 제1야당 보수당에도 위협이 될 수 있어 영국 의회에서는 머스크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기부 규정 변경도 검토하고 있다.
전쟁 당사국도 분주해졌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2년 넘게 전쟁을 이어가고 있는 양국은 “24시간 내 종전”을 공언한 트럼프 당선인에 협상력 높이기에 들어갔다.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19일 연말 기자회견에서 “언제든 (트럼프와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데 이어 같은 날 러시아 국영방송 VGTRK 인터뷰에서도 러시아의 이익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 준비가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도 이에 “전쟁을 끝내야 한다”며 화답했다.
휴전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미국의 지원 여부가 불확실해진 우크라이나에게도 절실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가입 연기와 현재의 전선을 기준으로 휴전을 압박할 수 있어 우크라이나의 우려가 큰 상황이다. 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나토 가입 등을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중동 상황도 빠르게 바뀌었다. 친(親)트럼프 이스라엘과 튀르키예는 중동 전쟁은 물론 러‧우 전쟁 종식을 공언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신임을 얻기 위해 이란과 이란 ‘저항의 축’이라 불리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압박했다. 이란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핵합의 파기로 갈등을 빚었던 국가다.
그 결과 이스라엘과 튀르키예의 지원 속에 친이란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 붕괴가 이뤄졌고, 이스라엘은 이란의 미사일 공장과 방공 시설 등을 공격하면서 이란의 재래식 무기 역량까지 약화시켰다. 이같은 흐름 속에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가자지구 전쟁 휴전 협상이 90%까지 이뤄졌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미국과 이집트, 카타르 등의 중재로 카타르 도하에서 휴전과 인질 석방 협상을 진행 중이다. 모건 오타거스 트럼프 1기 국무부 대변인은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중동의 모든 지도자는 전직 대통령과 차기 대통령을 알고 있고, 그 팀을 알고 있어서 두 대통령과 그 팀이 동시에 휴전을 위해 노력하는 역사상 독특한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경제적 여파도 컸다.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 후 미국 주식시장과 가상자산 시장이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는데, 트럼프 당선인은 이런 흐름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동시에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은 경제 무대에서도 거의 존재감을 잃은 상황이다. 중국은 물론 캐나다와 멕시코를 시작으로 관세 정치는 이미 시작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트럼프 당선인 공약대로 관세가 실현돼 무역 전쟁이 일어나면 세계 무역량이 26년까지 4% 줄어들 전망하고 있다. 이미 광물 수출 제한 등으로 중국도 보복 도구를 꺼내드는 모양새다. 브루킹스연구소는 “중국은 트럼프 재집권에 대비해 수년 전부터 더 강경한 대응을 준비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파나마운하 소유권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고 파나마에 엄포를 놓으면서 중국을 견제하기도 했다. 미국이 가장 큰 고객인 이유가 가장 크지만, 중국 역시 파나마운하의 두 번째로 큰 고객인 동시에 중국 기업이 운하에 인접한 항구 5개 중 2곳을 관리하는 점이 고려됐을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이처럼 취임하기도 전에 전 세계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지만, 이는 여전히 예고편에 불과하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여전히 예측불가한 인물이며, 1기 행정부 당시 보여줬던 모습에서 또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