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개호시설이 자신의 미래도 보장해 줄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돼 안심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국민 5명 중 1명이 만 65세를 넘긴, ‘1000만 노인 시대’를 맞이한 대한민국은 지금 노령인구를 위한 시설 설립을 두고 치열한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 강남과 여의도에 노인을 위한 데이케어센터나 복지시설을 설치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주민들에게 비선호시설이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을 노치원(노인+유치원)이라 불리는 주간 노인 요양시설로 탈바꿈하려는 시도가 잇따르지만, 적극적인 공감을 얻기엔 인식의 장벽이 높다.
우리나라보다 일찍이 초고령화를 맞이한 일본도 이런 난관에 부딪혔지만, 이제는 중심지 어느 곳에서든 노인을 위한 시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곧 나의 일이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한몫했다. 일본은 요양시설의 대중화를 넘어 초혁신 기술을 접목해 발 빠르게 나아가고 있다.
일본의 각켄그룹은 노인시설의 필요성을 빠르게 알아차렸다. 창업자 후루오카 히데코는 ‘전후 부흥은 교육밖에 없다’라는 신념으로 1946년 창업 이후 학원, 학습지 출판 등을 통해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힘썼다. 점차 고령화가 가속화되자 의료복지 사업에 손을 뻗으며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모든 사람이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는 사회실현을 목표로 달리고 있다.
그 결과 2010년 매출비중이 12%였던 의료복지 사업이 지난해에는 48%에 달하는 주력 사업이 됐다. 각켄그룹의 의료복지 분야는 △고령자 주택 사업 △치매 그룹홈 사업 △육아 지원 사업 등으로 나뉜다.
올해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는 3635만4000명으로, 10명 중 3명이 노인이다. 2060년에는 3명 중 2명이 노인이 될 전망이다. 젊은 사람보다 노인이 더 많아지는 것. 이에 각켄그룹은 개호시설의 대중화를 꾀했다. 고급 시니어맨션처럼 돈이 많은 노인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아니라, 합리적인 가격의 서비스 지원 고령자 주택을 사업의 핵심으로 삼았다.
특히 학연그룹의 코코판이 일본 도쿄 카치도키에서 운영하는 이 시설은 고객의 요구에 맞춘 다양한 방식의 요양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이곳은 마치 어린아이들이 다니는 유치원처럼, 노인들이 낮 동안 방문하는 ‘데이케어센터’, 최대 30일까지 보살핌을 받으며 숙박할 수 있는 ‘쇼트 스테이 시설’, 장기 임대 주택인 ‘서비스 지원 고령자 주택’이 마련돼있다.
특히 이 고령자 주택은 24시간 케어가 가능해, 건강상의 이유로 혼자 사는 것이 불안하거나 가족의 병간호가 어려운 사람들이 시설을 찾고 있다. 모치즈키 히사토요 코코판 영업기획부 홍보실장은 “부유한 사람들만이 아니라 일반인도 입주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의 노인 주거를 제공하다 보니, 현재 일본 전국에서 운영되는 200개 이상의 주택 대부분이 만실”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 개호시설을 설립하는 것이 비교적 용이하다. 특히 카치도키 코코판은 도쿄시가 소유한 부지 일부를 활용해 공모를 통해 노인 복지 시설 운영사업자로 선정돼 낮은 임대료를 바탕으로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에 고객은 월 20만 엔도 안 되는 가격으로 고품질의 돌봄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이곳은 고령자와 장애인을 위한 배리어프리 설계가 특징이며 1인실과 2인실로 나뉘어 있었다. 각 방은 휠체어를 타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넓고 편리하게 디자인 돼 있다. 방 안 곳곳에 배치된 긴급 호출 장치(nurse call)는 긴박한 상황에서 즉각적인 대응을 가능하게 해주며,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으면 자동으로 알림을 보내는 센서까지 설치돼 있어 보다 세밀한 케어가 이뤄질 것으로 보였다.
엘리베이터는 휠체어 세 대가 넉넉히 들어갈 수 있을 만큼 넓고, 긴급 상황에서 응급용 침대도 손쉽게 이동할 수 있다. 이곳은 임대주택이라 요리가 가능한 주방과 욕실도 마련돼 있어, 입주자들은 개인적인 생활을 자율적으로 할 수 있다. 식사는 4000~6000원의 가격으로 제공되는 식사를 식당에서 해결할 수 있어, 입주자들의 선택 폭도 넓었다.
데이케어센터는 고령자들에게 점심식사와 목욕 서비스를 제공하고, 다양한 문화 활동의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이곳은 유연한 이용 방식을 통해 △데이케어 △단기 숙박 △방문 요양 등으로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으며, 개호보험을 통해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기자가 방문한 지난해 12월 23일에는 지역 봉사단체가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특별한 연주회를 열어 입소자들에게 따뜻한 감동을 전달했다. 이처럼 다양한 문화 활동과 프로그램을 통해 입주자들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윤택한 삶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받고 있다.
각켄의 코코판은 지역 사회와 세대 간 이해를 증진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령자, 육아 세대, 어린이가 함께 모여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는 공동체 거점 개발을 추진하면서 노년층의 삶의 질을 향상은 물론 사회적 교류를 촉진해 인식 개선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 대형 손해보험그룹인 솜포홀딩스도 요양서비스 혁신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솜포홀딩스는 2018년 솜포케어를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었으며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에 기반한 요양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사물인터넷(IoT)이나 인공지능(AI)등 첨단 기술을 노인 요양 서비스에 접목해 더 나은 케어 서비스를 연구하는 솜포퓨처케어랩이 씽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다. 인간과 기술의 공생을 통해 새로운 케어의 기본방향을 창조한다는 것이다.
주요 콘셉트는 △고령자의 자립 지원 △케어 직원의 일하기 좋은 환경 조성 △케어 서비스의 생산성 향상이다. 실제 솜포케어에서 운영하는 유료 노인홈에는 움직임센서와 수면센서를 통해 환자의 상태를 모니터링해 직원의 업무부담을 완화하는 등 혁신 기술이 반영돼있다.
솜포케어랩에는 큰 목욕 장비가 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실제 현장에서 사용되는 ‘케어 샤워 목욕 장비’다. 카즈히로 사이토 솜포케어 시니어 매니저는 “중증 요개호자의 목욕 서비스는 약 1시간 동안 돌봄 담당 직원 2명이 필요하지만, 이 장비를 사용하면 1명만으로 30분 만에 목욕을 완료할 수 있으며, 요개호자의 피로감도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노인 돌봄용으로 활용되고 있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로봇’ 러봇(LOVOT)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3㎏ 정도의 무게와 40℃의 온도로 안고 있으면 마치 아기를 품에 안은듯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이름을 부르거나 쓰다듬으면서 교류할 수 있어서 외로움을 느끼기 쉬운 고령자들에게 러봇은 따뜻한 감정적 유대를 제공해, 정신적인 건강을 증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식사와 약 복용 여부, 과거와 현재의 건강 상태 등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차트들도 있었다.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사용돼 관리인의 업무 효율성 향상에 도움이 됐다. 이러한 디지털 시스템은 정확하고 신속한 정보를 제공해 돌봄 서비스를 더욱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돕는다.
솜포케어랩은 다양한 기술을 개발해 연간 150~200번의 평가를 한다. 하지만 현장에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는 설명이다. 카즈히로 시니어 매니저는 “환자의 니즈의 맞지 않는 기술은 아무리 개발을 해도 소용이 없다”며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고 현장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가 기술 적용에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