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책 발표에 한숨 돌린 석화업계…“후속대책 기대”

입력 2024-12-23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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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부처 석유화학 경쟁력 제고 방안 발표
업계 “긴밀히 소통해 차질없이 대책 이행”
구조조정 ‘골든타임’ 놓칠라…추가 대책 마련 목소리도

▲LG화학 여수 NCC 공장 전경. (사진제공=LG화학)
▲LG화학 여수 NCC 공장 전경. (사진제공=LG화학)

정부가 공급 과잉으로 구조적 불황에 빠진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자발적인 사업 재편을 유도하기 위해 기업활력법을 통한 규제 완화와 세제·금융 지원, 설비 합리화 등의 계획을 내놨다. 석유화학업계는 위기를 극복하는 데 실질적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신학철 한국화학산업협회장은 23일 오후 협회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으로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이 차질 없이 발표된 것에 대해 업계를 대표해 감사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경쟁력 제고 방안이 석유화학 산업이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 주력 산업으로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정부 및 업계와 긴밀히 소통해 제시된 대책들을 차질없이 이행하겠다”고 다짐했다.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증설 기조에 따른 공급 과잉으로 구조적 불황을 겪고 있다.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 가격에서 원료인 나프타 가격을 뺀 금액)는 2022년 하반기부터 손익분기점인 톤(t)당 300달러를 밑돌며 범용 중심의 성장 전략은 한계에 봉착했다. 주요 나프타분해설비(NCC) 업체들은 최근 3년간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공급 과잉 현상은 단기간 내 해소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내년 글로벌 에틸렌 순증설 전망치는 875만 톤으로, 6개월 전 전망치(577만 톤)보다 52% 늘었다. 이는 올해 증설 계획 일부가 내년으로 미뤄진 영향이다.

정부는 이날 기업활력법을 석유화학업종에 적용하고, 세제·고용 지원과 함께 3조 원 이상의 정책자금을 투입하는 내용의 석유화학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4월 정부와 업계가 협의체를 꾸려 위기 대응 전략을 논의한 지 8개월 만에 나온 대책이다.

정부 발표안에는 기활법상 지주회사 규제 유예 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하고, NCC 설비 합리화 과정에서 지역 경제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을 검토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연구개발(R&D) 분야에서는 반도체·배터리·미래차 등 주력 산업과 연계한 고부가 소재, 탄소 감축 핵심 기술, 글로벌 환경 규제 대응 기술 등 3대 분야에 집중하기로 했다.

또한 나프타와 나프타 제조용 원유에 대한 무관세 조치를 내년까지 연장하고, 산단별 공동 시설 구축과 분산형 전력거래 활성화 등을 통해 비용 절감을 지원하는 등의 내용도 담겼다.

업계에서는 실적 부진으로 기업들의 유동성이 마른 상황에서 정부 차원의 세제 혜택과 정책금융 투입 등이 실효성 있는 지원책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피어오른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계획대로 경쟁력 제고 방안을 내놓은 데 대해서도 긍정적 평가가 주를 이룬다.

일각에서는 기업들의 사업 재편을 ‘측면 지원’ 하는 데 그친다는 점에서 더욱 과감한 후속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개별 기업의 자구책 마련에도 업황 회복 가능성이 불확실한 상황이라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별 사업 재편에는 정부의 지원책이 긍정적이지만, 일본처럼 인수합병(M&A)을 통한 설비 통폐합의 경우 정부의 주도적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후속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범용 제품 생산 기업을 1~2개로 통합하고, 나머지는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제조업체로 특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기업 자율에만 맡길 경우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 대부분이 대기업집단에 소속돼 있어 과감한 의사결정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내년 초 자율 컨설팅 용역을 추진해 사업 재편 우선순위를 검토하고 이를 정부 지원 기준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의 추가적인 애로사항을 청취해 내년 상반기 후속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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