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장대상 3000만원 이상 일반사망 한정
보험액 요건‧대출 금지…한계 개선해야
피보험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생명보험계약에서 사망보험금은 상속의 수단으로 유용한 면이 있다. 보험사고 발생 시 사망보험금은 일반적으로 피보험자의 가족이 되는 보험수익자에게 당연히 귀속된다. 비록 가족이 아니라 할지라도 보험계약자는 피보험자 사망 시 보험수익자가 사망보험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보험수익자가 제한능력자이거나 낭비벽이 심한 경우, 또는 보험금을 함부로 탕진할 위험이 있는 경우 등 상속인을 전혀 신뢰하지 못하는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사망보험금 등을 신탁재산으로 활용하게 되면 보험계약자의 진의를 실현할 수 있음에 더하여 안정적 자산운용도 가능하다. 애초에 신탁은 자산을 이전하는 수단으로부터 자산관리를 거쳐 상속을 대체하는 기능과 함께 후견을 보완하는 장치로 발전해 왔기 때문이다. 이 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보험금청구권 신탁이다.
보험금청구권 신탁제도가 시행되면 보험계약자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맞게 지정한 시기에 보험수익자에게 보험금의 지급 방식, 금액, 시기 등을 보험수익자의 상황에 따라 사망보험금을 배분하여 지급할 수 있게 된다.
이번에 시행되는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모든 사망보험금이 대상이 아니라 보장대상 3000만 원 이상 일반사망 보장에 한정하고 종신보험 및 정기보험이 그 대상이 된다. 즉, 재해‧질병 사망에 대한 보험금은 신탁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 재해‧질병 사망 등의 경우 발생 여부가 불확실한 점을 감안한 것이다.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 위탁자가 모두 동일인임을 전제조건으로 하고 있다. 또한 보험수익자는 직계 존·비속과 배우자로 제한되며, 신탁계약 시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은 없어야 한다. 상기 요건과는 별도로 상법 제733조를 준수하기 위해 신탁업자는 신탁계약에 보험수익자 지정‧변경권이 보장됨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
본인의 사망 등을 대비해 유족의 생활 안정 등을 위해 보험계약의 보험금청구권을 신탁재산으로 하는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생명보험계약 중 사망보험금청구권을 그 대상으로 한다. 미국에서는 이미 1930년대에 동 제도를 도입한 바 있고, 일본 역시 2010년부터 보험금청구권 신탁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인구의 고령화에 따라 생명보험금과 관련한 재산관리를 통한 유족 생활에 대한 보장의 필요성 및 후견제도와의 결합을 통한 피후견인 재산의 장기적, 체계적 관리 필요성을 고려하여 우리나라 역시 생명보험에 대한 보험금청구권 신탁제도를 허용하게 된 것이다. 이는 재산관리의 경험이나 능력이 부족한 미성년자 또는 장애인 등을 보호하는 기능을 줄 것이다.
일시금이 아닌 분할 지급 방식, 소비나 주변인의 보험금 악용 방지 등을 통해 유가족 보험금을 포함한 상속재산을 보다 안전하고 체계적으로 관리·운영하여 미성년자와 장애인의 복지 향상에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신탁이 가능한 보험금청구권 요건을 규정해 보험금청구권 신탁이 출시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정부 당국이 마련한 점은 높게 평가한다. 최근 고령화, 국민재산축적 등으로 가계 재산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수단으로써 신탁의 역할이 점점 증대하고 있고, 미국이나 일본 등 해외에서는 보험금을 포함해 다양한 재산을 상속하는 데 신탁이 활용되고 있는바, 우리나라 역시 보험금청구권 신탁에 대한 규정을 마련하여 은행, 보험회사, 증권사 등 신탁업자들이 보험금청구권 신탁을 출시하도록 한 점은 긍정적이라 하겠다.
다만 이번에 도입된 보험금청구권 신탁제도의 한계점도 노출되고 있다. 위탁자가 보험계약자, 피보험자를 겸하며 보험계약의 수익자를 수탁자로 지정·변경하는 방식으로만 허용하여 신탁계약의 수익자를 협소하게 제한하고 있는 점, 3000만 원 이상이라는 일정 금액의 보험금액 요건을 두고 있는 점, 보험계약대출을 전면 금지하고 있는 점 등은 보험금청구권 신탁제도의 활용 한계로 지적되고 있는바, 차제에 이에 대한 대책 역시 강구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