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리아 밸류업’ 근원은 기업이다

입력 2024-12-23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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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 회의)에서 “3000억 원 규모의 2차 밸류업 펀드 조성약정 체결이 완료됐으며 신속히 집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핵심 대책이다. 경제팀이 국내외 회의적 시선을 무릅쓰고 밸류업에 매달리는 것은 한국 증시 저평가 때문이다.

지난 20일 종가 기준으로 보면, 미국 나스닥지수와 일본 닛케이지수는 연초 대비 30%, 15% 오른 반면 코스피는 9% 넘게 빠졌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정국 불안으로 밸류업 정책 동력 상실 위기감이 걷잡을 수 없게 커졌다는 점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20일까지 13거래일 동안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3조344억 원을 순매도했다. 금융지주 등 밸류업 관련주가 직격탄을 맞았다. 정치 리스크가 실로 파괴적이다.

정부의 밸류업 깃발이 무색하게도 서학 개미의 함성만 요란하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13∼19일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 결제액은 6억2296만 달러(약 9030억 원)에 이른다. 일주일 전(6∼12일)보다 21% 증가했다. 원·달러 환율이 극단적으로 올라 추후 환손실이 발생할 우려가 없지 않지만 해외 투자 흐름은 외려 거세지고 있다. 코스피 거래 대금에서 개인 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이달 들어 47%대까지 떨어졌다. 2023년 1월(45.83%) 이후 가장 낮다. 신융융자 잔액은 올해 중반 20조 원에서 최근 15조 원대로 줄었다. 밸류업 기대감을 찾아볼 수 없다는 뜻이다.

진정 밸류업을 원한다면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법제 개선 없는 반쪽짜리 밸류업 프로그램이나 상대적으로 소규모인 자금 투입으론 역부족이다. 주주에 환원한 금액의 5%를 초과하는 증가분에 세액공제를 해주는 주주환원촉진세를 비롯해 배당소득과세특례, 상속·증여세 최고 세율 인하, 최대주주할증 폐지, 임시투자세액공제 연장 등 시장이 다 아는 입법 과제들을 서둘러 해결해야 한다.

한국 경제 근원이 기업이란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논의되는 ‘이사 충실 의무 대상 확대’ 요지의 상법 개정안은 곧 기업 경영을 위협하고 밸류업 동력을 갉아먹는 위험한 규제 처방이다. 고소·고발이나 배임 혐의 기소 남발에 상시 노출된 기업이 투자 등 가치 제고 노력을 제대로 할 수 있겠나. 외국 투기 자본을 초대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 무책임한 상법 개정 시도는 접는 것이 상책이다.

밸류업을 위한 긴요한 처방은 입법 폭주가 아니라 시장 신뢰 확보다. 국내 자금 유출은 줄어들고, 해외 자금은 유입될 수 있게 대외신인도를 회복하는 것이 발등의 불인 것이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최근 128개국 상공회의소 회장과 116개국 주한 외국 대사에게 공식 서한을 보내 “한국 경제는 정상 작동하고 있다”고 알렸다고 한다. 하지만 서한 수신자들이 이 메시지만 살필 리 없다. 한국 경제 리스크를 키우는 정치권이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도 눈여겨볼 것이다. 정치권이 어찌 행동해야 국부·국익을 창출하는 기업들이 숨을 돌릴 수 있을지 성찰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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